빙수 프랜차이즈 ‘설빙’ 건대2호점이 13일 오후 인절미 빙수 등을 먹으러 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 건대2호점이 13일 오후 인절미 빙수 등을 먹으러 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3층에 자리 났습니다. 올려보내 주세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의 ‘설빙 강남서초점’은 점심식사 후 매장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매장이 있는 2층과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엔 20여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가 나자 직원들은 무전기를 이용해 다음 손님을 올려보냈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은 이현정 씨(26)는 “인절미빙수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라며 “20분 기다린 게 아깝지 않다”고 했다. 같은날 길 건너편에 있는 강남역점과 강남역2호점도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스타벅스 밀어낸 '토종 빙수' 설빙
한국식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는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이 소비자의 입소문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다. 작년 4월 부산 남포동에 첫 매장을 낸 지 15개월 만인 이달 현재 매장은 300개로 늘어났다.

설빙의 인기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넘보고 있다. 이태원역 3번 출구 부근에 있는 ‘스타벅스 이태원 100점’ 자리에 설빙이 입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동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점포는 스타벅스의 100번째 점포로 상징성이 있는 곳이지만 최근 임대료가 월 25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스타벅스코리아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설빙이 핵심 상권에 입점하면 월매출 1억원, 특급상권일 경우에는 하루에 매출 100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설빙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차별화된 메뉴다. 설빙의 대표 메뉴인 7000원짜리 인절미설빙은 한 매장에서만 매일 수백 그릇 판매된다.

빙수에는 팥이 들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팥 대신 콩고물과 인절미를 올려 고소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수십분 줄서야 먹는 인절미 빙수…"설빙, 내년 日서 디저트 한류"

정선희 설빙 대표(사진)는 “커피에 편중됐던 국내 디저트 문화에 지친 소비자에게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한 게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빙은 빙수 위에 토핑을 ‘아낌없이’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기 품목 중 하나인 ‘망고치즈빙수’에 사용되는 망고양만 매일 3t에 이른다. 인절미 설빙의 콩고물 토핑과 연유는 매장 회전율과 재고 상황 등을 고려해 리필해주기도 한다. 정 대표는 “몇 번 떠먹다보면 얼음만 남는 기존의 빙수가 싫었다”며 “원가 부담이 높아지더라도 재료를 최대한 많이 쓰도록 했다”고 말했다. 딸기와 레몬 등 일부 재료는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것을 쓴다.

설빙은 메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꺼리는 2층에 적극적으로 매장을 내고 있다. 2층 점포는 1층에 비해 매출이 절반 정도에 불과해 커피전문점의 경우 2층에 입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점주들은 창업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에 이 같은 매장 전략을 반기고 있다. 가맹비를 포함한 최소 창업비용은 약 3억원으로, 1층에 주로 입점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등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하다. 2층에 매장을 열 경우 최소 165.2㎡(약 50평) 이상의 점포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정 대표는 “설빙이 단숨에 성장했다고 해서 유행을 타고 반짝 성공한 브랜드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인제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뒤 일본으로 유학을 가 제빵기술과 푸드코디네이터 과정을 밟았다. 부산지역에서 가구업체를 운영하던 부친의 도움으로 2011년부터 ‘퓨전’ 콘셉트의 떡카페를 운영한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정 대표는 “퓨전 떡카페를 만들 때부터 설빙과 같은 콘셉트의 프랜차이즈 업체를 꿈꿨다”며 “수년간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며 개발한 메뉴들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사랑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설빙은 ‘한식 세계화’를 목표로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설빙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유키코리’인데 이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발음”이라며 “일본 등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매장 확장은 800호점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일본 등 해외 진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진규/이현동/이현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