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교향곡 00번부터 유작까지
클래식 애호가들 중에 ‘브루크네리언’과 ‘말러리언’이 있다. 19세기 말 교향곡이란 장르를 새롭게 부흥시킨 안톤 브루크너와 구스타프 말러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각각 의미한다.

《브루크너, 완벽을 향한 머나먼 여정》은 ‘진정한 브루크네리언’으로 평가받는 박진용(1967~2004)의 브루크너 교향곡 평론집이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10주기를 맞아 그가 한 음악 잡지에 연재했던 브루크너 교향곡에 대한 칼럼과 음반 평론 등을 모아 연세음악동우회가 책을 펴냈다.

저자는 브루크너가 남긴 11개 교향곡의 특징과 작곡 및 수정 과정에 얽힌 일화 등을 설명하고, 각 작품의 주요 음반들을 날카롭고 깊이 있는 해설 및 평가와 함께 소개한다. 습작인 ‘00번’부터 미완성 유작인 ‘9번’까지 11개 교향곡에 대한 평론을 작곡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소심한 완벽주의자’ 브루크너의 삶과 음악 세계가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한스 크나퍼츠부슈, 카를 뵘, 오이겐 요훔,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같은 브루크너 작품을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고 연주했는지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브루크너 평론 외에 안드레스 세고비아, 빌헬름 켐프, 클라라 하스킬,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야샤 하이페츠, 야노스 슈타커 등 20세기 연주자 16명에 대한 칼럼도 실려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