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역버스, 환승이 답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국민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입석 승객을 태운 채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광역버스의 위험한 불법 운행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대책 마련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객은 320만 통행에 달한다. 출퇴근 시간대에 승객이 집중되면서, 입석 승객(평균 입석률 129%)을 태운 채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위험한 현상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이는 도로교통법상 분명한 불법 행위이지만 단속 시 벌어질 출퇴근 승차 대란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묵인해 온 점도 있다.

수도권 광역버스 불법 입석 운행의 근본 원인은 버스를 이용하려는 승객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버스 이용객을 줄일 수 없다면 버스를 늘려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증차할 경우 출퇴근 시간대의 입석 문제는 해소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는 적자 운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8월부터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버스의 전면 입석 금지와 광역버스 222대 증차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법 운행을 해결하려면 버스를 추가 투입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버스의 승객 수송 능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서울 외곽에 대중교통 환승장을 만들어 도심으로 들어오는 광역버스를 회차시키고, 승객은 서울 버스와 지하철로 환승시키면 수송 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시범적으로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강남대로에 환승정류장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곳에 환승정류장을 만들어 광역버스 운행체계를 바꾸면 단시일 내에 적은 비용으로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환승정류장에서 광역버스를 회차시킴으로써 광역버스의 운행거리를 6~7㎞ 단축, 배차 간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광역버스의 수송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둘째, 경부고속도로 서울용인고속도로 의왕과천고속도로 분당내곡고속도로를 통해 진입하는 29개 노선, 시간당 270대의 광역버스를 회차시켜 강남역 일대의 교통혼잡을 획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셋째, 신분당선 역 출입구에서 약 50m 거리에 환승정류장을 설치하고, 가로변에 시내버스 승강장을 배치하면 환승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양재 환승정류장의 설계와 설치에 약 6개월, 25억원이 소요된다. 향후 고양·파주, 구리·남양주, 인천·부천 등 수도권의 다른 교통축에도 확대 적용토록 한다.

안전은 경제적 부담과 활동의 불편을 감수해야 가능하다. 안전한 광역버스 운행을 위해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안전한 통행을 보장받을 것인지, 어느 정도의 환승 불편을 참을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재학 <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