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011년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 행한 강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KBS가 엊그제 9시뉴스에서 문 후보자가 “일본의 지배는 하나님의 뜻”,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한 민족 DNA가 있다” 등 민족비하 발언을 했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야당은 즉각 총리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고, 여당 일각에서조차 자진사퇴를 거론하는 판이다.

KBS 보도만 보면 총리로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여론이 생겨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1시간5분짜리 전체 강연내용을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전체 영상을 본 시청자들이 KBS 게시판에 왜곡보도, 짜깁기 편집을 비난하는 댓글을 수십건씩 달았을 정도다. 후보 측에서 KBS의 이 같은 악의적 오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정면대응키로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게으른 DNA’ 발언은 KBS 해석과 오히려 정반대 의도로 말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문 후보자는 영국 지리학자 비숍 여사의 저서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1897년)을 인용해 조선사람들이 더럽고 게으르지만 그 원인은 농사를 지어 뭔가 생기면 관리들이 대뜸 곤장부터 치고 빼앗아간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조선인들은 한결같이 러시아인보다 더 깔끔하고 부지런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선인은 아주 부지런한데 착취하는 부패 관리들 때문에 일을 하지 않게 됐다는 말을 한 것이다. 앞뒤 잘라내고 ‘조선인은 게으르다’고 말한 것처럼 편집한 것이 KBS의 놀라운 솜씨(?)다. 비숍의 저서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문 후보자의 기독교적 역사관은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고 한다.

총리 후보자는 당연히 검증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다만 허위보도일 뿐이요, 부당한 왜곡이다. 초등학생 국어시험 문제로 출제돼도 당연히 오답이 될 것을 KBS는 정답이라고 우긴 꼴이다. ‘윗글에서 문창극이 주장한 것은?’이라는 사지선다형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 한번 풀어보기 바란다. KBS는 내부 심의를 거쳐 이 같은 부적절한 왜곡 보도부터 사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