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이주를 주제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국내 노동계가 정부와 설전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빚어졌다. 정부 대표로 기조연설에 나선 고용노동부 차관은 고용허가제가 ILO로부터 선도적 이주 시스템으로 평가받았다고 소개한 반면 뒤이어 등단한 민주노총 위원장은 고용허가제가 마치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나 하는 것처럼 비판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노동계의 이런 행태가 처음이 아니다. 2005년 부산 ILO 아시아태평양총회가 노·정 갈등으로 연기됐는가 하면, 그 이듬해 열린 총회에서 한국노총이 철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2009년 ILO 총회에서는 모(某) 노동조합 분회장이 정부가 비정규직을 탄압한다며 소복시위를 벌였고, 지난해 ILO 총회에서도 민주노총이 연설하는 고용노동부 장관 앞에서 ‘liar(거짓말쟁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시위를 하다 끌려나가기도 했다. 왜들 이런 식인지 모르겠다. 나라 망신을 자초하는 저의가 도대체 뭔가.

외부의 힘을 빌려 무언가를 도모하려는 부끄러운 시도들이 노동계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한국의 언론 자유가 후진국보다 못하다는 국제사회의 우스꽝스런 평가가 나오는 배경에는 일부 언론단체의 장난질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인권 환경 등 고상한 가치를 내세우는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심지어 정부 부처조차 그렇다. 부처 예산 확보를 위해 국제기구의 힘을 빌렸다는 걸 아예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장관까지 있을 정도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내부문제를 지적하도록 유도한 뒤 그 힘을 빌려 정책을 바꿨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지금의 금융감독원은 당시 막강했던 IMF의 엄호를 받아 탄생했는데 IMF가 그런 요구를 하도록 당시 경제관료들이 뒤로 손을 썼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부처 간 통상업무 이관문제가 불거졌을 때 해외 언론이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했던 배경에도 특정 부처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언제쯤 이런 부끄러운 행태들이 사라질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