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회장이 30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승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회장이 30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승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커피를 나르고 복사 심부름하는 비서로 시작했습니다.사소해 보여도 모든 일에는 기회가 있습니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회장은 30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기업가 정신과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무도 비서 출신인 내가 최고경영자(CEO)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일류회사, 높은 직위, 화려한 경력이 있다고 해서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타이틀’은 언제든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진정한 리더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보고 잠재능력을 끄집어내는 사람”이라며 “기존 질서와 체제를 바꾸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조윤선 장관
조윤선 장관
피오리나 전 회장은 “리더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면서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중세철학·역사학을 전공하고 한동안 실업자였으며 이탈리아에서 영어교사를 하고 법학공부를 하다 그만둔 적도 있다”며 “그러나 이런 경험을 통해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수많은 정보에서 핵심을 뽑아내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피오리나 전 회장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담도 가졌다. 그는 한국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조 장관의 질문에 “리더들이 실수가 실패가 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는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창조성을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실패에서 두 번 실수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면 된다”고 했다.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조 장관은 “로펌에서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일하면서 소외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하자 피오리나 전 회장은 “신참 때 직장 상사와 스트립쇼 하는 곳에서 고객과 미팅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불편한 일들을 이겨내자 아무도 나를 시험하지 않았다”며 “여성들은 용감하게 대처하고 더 열심히 일해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