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한 용역 결과와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달까지 폐지 또는 존속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명분도 실효성도 없고, 탈만 많아 통신시장에서 사라져야 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혀왔던 것이 요금 인가제다. 미래부가 폐지를 염두에 두고 여론 수렴에 나선 것은 잘하는 일이다.

요금 인가제는 1991년 선발업체인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을 억제해 후발업체를 보호함으로써 유효경쟁을 촉진시킨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명분만 그럴 뿐, 실제는 자율경쟁을 원천 봉쇄해 요금 파괴와 서비스 혁신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장애물로 작용할 뿐이었다. 특히 서비스 경계가 무한 확장되는 무선통신시장에서 선발·후발업체 간의 우열과 경쟁구도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휴대폰 가입자가 전체 국민의 110%인 5500만명으로 급증했지만, 1~3위 업체들은 20여년 전과 똑같다. 변화를 선도할 메리트가 없다.

정부가 복잡해져가는 요금체계의 적절성을 가려 도장을 찍어준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 요즘 젊은층에선 전화를 안 쓰는 것은 물론 단문 메시지도 외면하고 카톡을 주로 쓴다. 데이터 사용량은 엄청 많다. 전화요금도 공짜, 단문메시지도 공짜다. 일정 요금만 내면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까지 나왔다. 그렇다고 SK텔레콤을 비롯한 특정업체가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요금을 올리겠다고 말하는 순간, 가입자들이 다른 업체로 다 빠져 나갈 것이다. 요금을 낮출 수 있는 것은 미래부가 아니라, 오직 경쟁이다.

요금 규제는 항상 재앙을 가져온다. 원가 공개, 보조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단말기 제조업체를 조사하겠다는 등의 해프닝이 모두 인가제 때문에 벌어진다. 통신품질과 서비스가 아니라 요금과 보조금만 따져 통신사를 선택하게 만든 것도 인가제다. 이런 규제 하에서 무슨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겠나. 세월호 요금도 정부가 정하고 있었다. 시대착오적인 규제는 빨리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