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역사 발전시키는 원동력…'민족·인간'에 대한 관심은 당연"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일으켜 유럽 역사를 완전히 바꾼 훈족의 원류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인과의 접점이 나옵니다. 여러 군데서 증명되고 있어요.”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66·사진)은 21일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세월호 참사를 두고 여러 측면에서 우리 역사를 자학하는 경우가 보이는 게 안타깝다”며 “현재 일어나는 상황과 별개로 역사를 과학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페르피냥대에서 열역학 및 에너지 관련 물리학·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회장은 해외유치과학자로 1982년 귀국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동력자원연구소(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전신) 등에서 연구하다 지난해 퇴직했다.

이 회장은 ‘과학과 결합한 역사’ 전도사로 20여년째 활발히 활동 중이다. 1999년 ‘현대과학으로 다시보는 세계의 불가사의 21가지’를 펴낸 이래 이달 들어 90번째 저서 ‘과학문화유산답사기’를 냈다. 그는 “번역책은 낸 적이 없다”며 “직접 보고 느끼고 연구한 것만 책으로 낸다”고 했다.

이 회장이 주장하는 훈족과 한국인의 뿌리가 같다는 근거는 여러 가지다. “에드워드 기번, 모리스 부비에 아잠, 아이케 슈미트 등 해외 여러 학자가 밝혀낸 사실입니다. 훈족의 서방 이동 경로에서 발견된 유물과 고대 가야, 신라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이 상당히 흡사해요. 한민족은 외침만 받아온 미미한 존재가 아니라 원류는 매우 용맹한 기마민족이었던 걸로 추정됩니다.”

그는 만주→중국→파미르고원→카스피해→볼가강→흑해→다뉴브강으로 이어지는 훈족 이동 경로를 직접 밟으며 여러 유물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런 식의 역사탐험과 저술활동차 방문한 국가만 100여개.

이 회장은 “하도 외국을 많이 다니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며 “굳이 그 나라 말에 유창하지 않아도 손짓 몸짓 눈짓과 함께 아무 나라 말로 계속 얘기하면 결국 다 통한다”고 웃었다.

‘카오스 이론에 의한 유체이동 연구’로 물리학 박사학위를 딴 그의 생활은 정작 ‘과학적’이지는 않다. 스마트폰은커녕 음성호출기(삐삐)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쫓기기 싫어 안 써왔는데 이메일과 유선전화로도 충분하고 불편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가 과학자로서 역사에 몰두하게 된 계기는 뭘까. “유치과학자로 들어와서 로켓 연소실험을 하는데 제약이 참 많았어요. 과학은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인 만큼 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결국 역사와 인간, 과학은 한 몸입니다. 과학(science)이라는 말 자체가 ‘앎’이란 뜻의 라틴어에서 나온 겁니다.”

이 회장은 내달께 사돈인 박홍규 영남대 교양학부 교수와 함께 ‘불멸의 아이디어:과학, 예술(가칭)’이란 책을 새로 낼 예정이다. 그는 “출판기념회를 한 번도 연 적 없는데 100번째 책을 낼 땐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