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로펌의 과도한 '로스쿨 입도선매'
로펌의 로스쿨 인재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주요 로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로스쿨 1, 2학년생을 인턴(실무수습)으로 모집한다는 공고가 뜬다. 약 2주간의 인턴을 거치며 학생의 능력을 본 뒤 ‘졸업 후 채용 예약’을 하는 식이다. 이르면 로스쿨 3년 과정 중에 1년도 채 지나기 전에 채용이 확정된다.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상당수가 해당 로펌의 인턴을 거친 사람들이다. 때문에 로스쿨생은 너도나도 이런 인턴이 꿈이다.

로펌이 우수 인력을 욕심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부작용이 따르기 십상이다. 이런 우수 인력 입도선매(立稻先買)는 로스쿨 종주국인 미국과 비교해봤을 때도 너무 빠르다. 미국은 9월에 학기를 시작하고 1학년이 끝나는 여름방학 때는 채용과 특별히 관계없는 인턴을 한다.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NGO) 등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2학년 여름방학이 되면 비로소 채용으로 연결되는 인턴을 하고 3학년 시작할 때쯤 입사가 확정되는 식이다. 이런 보통의 과정보다 빠른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2학년 중·후반은 돼야 입사가 가능하다.

한국은 너무 빨리 입도선매를 하는 바람에 법학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서 나온다. 특히 비법학 학사 출신은 법을 공부한 지 1년도 안돼 뽑아간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에 수긍이 간다. 이들은 “입사를 미리 확정해놓으면 공부 동기 부여가 잘 안 된다”며 “다양한 특성화 과목을 듣기보다 로펌에서 원하는 수업만 듣게 된다”고 지적했다. “법에 대한 기초가 없으면 인턴으로 가도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다”거나 “1학년 성적도 나오기 전에 뽑는데 집안 등 배경 말고 뭐 볼 게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로펌이 자발적으로 인턴 채용 시기를 뒤로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 로펌도 로스쿨 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