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과 함께 전국 초·중·고교 교장·교감 1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5월12일자 1, 4, 5면)는 시대착오적인 소프트웨어(SW) 교육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21세기의 공용어라는 SW는 외면한 채 중학교 기술·가정 수업에서 아직도 바느질 기법을 가르치고 있다. 교장·교감들은 SW 교육이 영어 수학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SW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모든 게 SW로 움직이는 시대 흐름과의 괴리가 너무 심각하다.

교장·교감의 90% 이상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SW교육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SW 코딩을 필수 또는 별도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도 53%에 달했다. 중·고교 정보과목 교사 10명 중 7명은 아예 “영국처럼 SW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W교육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 초등학교 PC교육은 한 학기에 겨우 4시간에 불과하다. 실습 PC는 대부분 속도가 느리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방치돼 있다. 더구나 교육부는 2년째 정보과목 교사를 한 명도 뽑지 않고 있다.

미국의 교육은 이런 우리와 극히 대조적이다. 엊그제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SW 코딩 열풍을 소개했다.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약 2만명의 교사들이 코딩수업을 도입했고, 유치원에서부터 12학년(고3)에 이르기까지 코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의 약 30개 학군이 올가을 코딩수업 개설에 합의했고, 9개주 교육당국은 컴퓨터 수업을 선택과목이 아닌 수학 과학처럼 기초수업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장이 학교의 변화를 몰고 왔다는 분석이다. 이런 게 정보기술(IT)을 이끄는 미국의 힘이다.

우리 교육은 시장을 쫓아갈 생각조차 못한다. SW 정규 과목화는 반 년이 넘도록 제자리를 맴돈다. 칼자루를 쥔 교육부가 움직이지 않는 탓이다. SW교육 환경을 이렇게 방치한 채 IT 강국을 외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