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회장, 귀국 2주 만에 깜짝 인사…'위기경영' 고삐 죈다
30일 오전 9시19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친 삼성 사장단이 세월호 희생자 조문을 위해 안산행 버스에 올랐다. 그때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기자실로 향해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사장단 조문에 맞춰 그룹 수뇌부 인사를 단행한 건 리스크 관리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 불산 누출과 삼성엔지니어링 물탱크 파열에 이어 삼성SDS 화재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최근 삼성중공업에서도 경영부실이 발견되자 2주 전 귀국한 이건희 회장이 인사로 조직 전반에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미래전략실 ‘세대교체’

이번 인사의 핵심은 ‘미래전략실의 세대교체와 현장 강화’로 풀이된다.

2010년 미래전략실 부활 이후 계속 근무해온 여섯 명의 팀장 중 다섯 명을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등으로 내려보냈다.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이 2012년 말 삼성전자 부품사업부문 경영지원팀장을 지내다 선임된 걸 감안하면 4년째 남아 있는 사람은 인사팀장으로 이동하는 정현호 부사장밖에 없다.

여기에 미래전략실에 새로 선임된 사람들은 부윤경 전략2팀장(1957년생)을 빼곤 모두 1960년대생이다.

특히 기획팀장인 이수형 부사장, 경영진단팀장인 박학규 부사장은 1964년생이다. 또 이준 신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전무급으로,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으로 내려간 이인용 사장보다 한참 후배다. 비서팀장도 교체돼 이승구 삼성전자 상무(1969년생)가 기용됐다.

미래전략실 세대교체와 ‘다운사이징’을 통해 경영은 현장 중심으로 하고, 그룹은 지원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최지성 실장의 소신과 맞닿는다. 오랜 기간 현장 영업을 해온 최 실장은 “미래전략실은 군림하는 곳이 아니다”며 2012년 6월 취임 이후 미래전략실 직원들에 대해 예외 없이 만 5년을 근무하면 소속사로 복귀하도록 하고 있다. 고참 팀장들이 나가고 젊은 신참이 대거 영입된 데 대해 최 실장의 친정체제가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도 일부 나온다.

◆위기경영, 마하경영 가속화

이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는 ‘위기 경영’이다. 1993년 신경영도 위기 의식을 불어넣어 조직원의 인식을 바꾸려는 취지였다. 위기경영을 가속화하는 조치 중 하나가 수시 인사다.

삼성 사장단·임원 인사는 통상 매년 한 차례(12월 초) 있었다. 하지만 2011년 6월 이 회장이 부정시비에 휘말린 삼성테크윈 사장을 경질한 뒤 이런 원칙은 무너졌다. 이후 1년간 여덟 차례나 수시 인사가 났다. 그 전엔 사장과 임원들은 연말 ‘깔딱고개’만 넘기면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년 내내 언제 인사가 날지 모른다.

이번 인사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지난 17일 96일간의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이 회장이 2주 만에 인사를 단행한 건 위기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인사 소식을 들은 한 삼성 계열사 사장은 “‘졸면 죽는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스마트폰 이후를 찾겠다며 작년 말부터 ‘마하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 측은 “마하경영의 효율적 실행을 위해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