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사람의 맨발' 출간 한승원 씨, "부처 출가 과정에 초점 맞췄죠"
소설가 한승원 씨(사진)는 1985년 장편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펴내 큰 인기를 끌었다. 한씨는 이 작품을 ‘소설로 쓴 화엄경’이라고 말했다. 이후 근 30년 만에 한씨가 석가모니의 탄생부터 출가에 이르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 《사람의 맨발》(불광출판사 펴냄)을 내놓았다. ‘소설 싯다르타’인 셈. 한씨는 28일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싯다르타의 성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출가 과정에 관심을 두고 소설을 썼다”고 설명했다.

부처의 가르침이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은 많지만 출가 전 삶을 중점적으로 그린 작품은 드물다. 소설 속 싯다르타는 아버지 대신 국정을 돌보면서 엄격한 카스트 제도에 부딪힌다. 불가촉천민마저 사랑했던 싯다르타는 이들이 사는 마을도 잘 살게 만들려고 하지만 싯다르타의 장인이자 재정대신인 다리나에게 감금까지 당하며 고난을 겪는다. 공고했던 계급사회에 맞서고, 핍박받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소설가가 본 싯다르타의 출가 이유다.

“왕자 시절 싯다르타는 물소 가죽에 금은 장식이 된 신을 신었어요. 출가 후엔 누더기를 걸치고 맨발로 길을 걷죠. 맨발은 출가의 상징입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신의 뜻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싯다르타는 그걸 거부했어요.”

한씨는 그동안 원효대사부터 다산 정약용, 녹두장군 전봉준, 명창 임방울 등 다양한 역사 속 인물을 다뤘다. 그는 인물 이야기를 쓸 때는 왜 지금 써야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의 맨발》에서 나온 싯다르타의 장인 다리나는 가공의 인물이다. 다리나는 ‘물질의 안락함’을 뜻하지만 이를 벗어난 출가정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엿보이는 설정이다.

한국 불교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한씨는 “싯다르타의 삶과 가르침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지만, 한국 불교가 자본주의 사회의 달콤함으로 원래 가르침에서 바뀌었다고 느낀다”며 “석가모니의 출가 정신을 다시금 새겨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320쪽, 1만38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