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월호 참사 왜?…茶山에게 묻다
‘콩과 조 귀하기 보배 같으니/ 몸의 근력이 어디서 나오랴/ 야윈 목 구부러져 따오기 모습/ 병든 살결 주름져 닭 껍질이라네.’

서른세 살이던 1794년 음력 10월 말부터 보름 동안 암행어사로 경기 북부 지역을 둘러본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시로써 비통하게 읊은 농민의 모습이다. 다산은 삼정(전정·군정·환곡)이 문란해진 조선 후기 사회에 만연한 목민관들의 부정부패와 탐관오리들의 등쌀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했고, 이때의 경험으로 평생 추구할 경세의 철학을 확립했다. 수많은 다산의 저서 중 ‘1표2서’로 불리는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를 쓴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다.

[책마을] 세월호 참사 왜?…茶山에게 묻다
《다산 정약용 평전》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72)이 다산의 삶과 사상에 대해 쓴 평전이다. 2003년 기행문 형식으로 쓴 다산의 일대기 격인 《다산 정약용유배지에서 만나다》를 출간한 지 11년 만에 다산에 대한 평가를 곁들인 평전을 냈다.

박 이사장은 이 책에서 다산의 일생을 네 시기로 나눠 설명한다. 유년시절부터 28세에 문과에 급제할 때까지 배우고 공부한 수학기, 문과급제 후 38세에 형조참의를 사직하기까지 벼슬하던 시기, 40~57세까지의 유배기, 유배에서 풀려난 뒤 만년의 고향생활 등이다. 평전이라는 형식에 맞게 저자는 다산의 일대기를 훑어가면서 그의 인간 됨됨이와 사상, 업적에 관한 다양한 평가를 곁들인다.

책에서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다산의 ‘공렴(公廉)’ 정신이다. 다산은 문과에 급제하고 나서 “둔하고 졸렬해 임무 수행 어렵겠지만(鈍拙難充使) 공정과 청렴으로 정성 바치기 원합니다(公廉願效誠)”라는 시를 남겼다. 여기서 공렴은 공정·공평과 청렴이다. 공정한 수사와 재판, 인재 등용의 공정성, 문벌 및 신분제 타파, 빈부 불균형 해소, 평등한 사회의 실현 등도 공렴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목민심서’에서 “청렴이란 목민관의 근본되는 임무이며, 만 가지 착함의 원천이고, 모든 덕의 뿌리”라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월호 참사도 책임지는 자리에 있던 이들에게 공렴 정신이 없어서 터진 것”이라는 지적에 가슴 뜨끔할 사람들이 많겠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