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장 마감 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삼성 계열사 간 지분 매매의 여파로 삼성 계열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분 매매 이벤트의 주인공이었던 삼성생명 삼성정밀화학 등은 주가가 빠졌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잇단 지분 매각으로 현금이 쌓인 삼성카드와 여러 계열사 지분을 골고루 들고 있어 그룹 지배구조의 ‘허리’ 역할을 하게 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은 강세를 보였다.

삼성그룹株, 지배구조 개편에 들썩…현금 확보한 카드 '러브콜', 생명은 '몸살'

○삼성생명엔 단기 악재

삼성생명은 23일 전 거래일보다 2.93% 하락한 9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2월13일 기록한 52주 신저가 9만5200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주가가 빠졌다. 삼성전기(0.60%) 제일기획(0.21%) 삼성정밀화학(0.47%) 등이 기관투자가에 매각한 삼성생명 주식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서영호 JP모간 리서치센터장은 “삼성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구조 개편안이 삼성생명 주주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기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는 잠재매물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긍정적 시각도 있다.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사들을 거느리는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맡는 그림이 완성되면 기업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삼성생명은 22일 삼성카드로부터 삼성화재 지분 0.63%를 사들이는 등 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매물이 늘어난다는 게 걸리지만 길게 보면 괜찮은 재료”라며 “유사 사례인 메리츠화재를 보면 계열사의 주가가 80% 오를 동안 지주회사의 주가가 300% 올랐다”고 말했다. 김영찬 모건스탠리 리서치센터장도 “단기 악재, 장기 호재로 요약할 수 있는데 변수가 많아 주가가 반전되는 타이밍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야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을 변수로 꼽고 있다. 이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한도를 시가 기준으로 바꿔 총 자산의 3%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분주한 수혜주 찾기 움직임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집중된 종목은 삼성카드였다. 이 종목은 전 거래일보다 3.94% 오른 3만56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말 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판 데 이어 삼성화재 지분까지 정리해 현금을 대량으로 마련한 게 호재로 꼽혔다. 사업을 확장하거나 인수합병(M&A)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초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삼성물산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62% 오르는 데 그쳤다. 장중 상승률이 2%대에 달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삼성전자도 주가가 올랐지만 상승폭은 1.02%로 제한적이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인 것은 맞지만 주가에 선반영된 측면이 강하다”며 “삼성전자는 덩치가 커 주가가 움직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영업담당 임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이제 시작인 만큼 적극적으로 관련 주식을 골라 투자하기는 이르다”며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강지연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