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株, 지배구조 개편에 들썩…현금 확보한 카드 '러브콜', 생명은 '몸살'
"팔린 지분 매물로 나올라"
삼성생명 3%가까이 하락…중간지주사 그림 완성땐 호재
순환출자 고차방정식 풀리나
물산, 수혜株지만 주가 선반영…확실한 그림 나와야 '큰손' 베팅
○삼성생명엔 단기 악재
삼성생명은 23일 전 거래일보다 2.93% 하락한 9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2월13일 기록한 52주 신저가 9만5200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주가가 빠졌다. 삼성전기(0.60%) 제일기획(0.21%) 삼성정밀화학(0.47%) 등이 기관투자가에 매각한 삼성생명 주식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서영호 JP모간 리서치센터장은 “삼성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구조 개편안이 삼성생명 주주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기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는 잠재매물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긍정적 시각도 있다.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사들을 거느리는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맡는 그림이 완성되면 기업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삼성생명은 22일 삼성카드로부터 삼성화재 지분 0.63%를 사들이는 등 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매물이 늘어난다는 게 걸리지만 길게 보면 괜찮은 재료”라며 “유사 사례인 메리츠화재를 보면 계열사의 주가가 80% 오를 동안 지주회사의 주가가 300% 올랐다”고 말했다. 김영찬 모건스탠리 리서치센터장도 “단기 악재, 장기 호재로 요약할 수 있는데 변수가 많아 주가가 반전되는 타이밍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야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을 변수로 꼽고 있다. 이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한도를 시가 기준으로 바꿔 총 자산의 3%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분주한 수혜주 찾기 움직임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집중된 종목은 삼성카드였다. 이 종목은 전 거래일보다 3.94% 오른 3만56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말 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판 데 이어 삼성화재 지분까지 정리해 현금을 대량으로 마련한 게 호재로 꼽혔다. 사업을 확장하거나 인수합병(M&A)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초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삼성물산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62% 오르는 데 그쳤다. 장중 상승률이 2%대에 달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삼성전자도 주가가 올랐지만 상승폭은 1.02%로 제한적이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인 것은 맞지만 주가에 선반영된 측면이 강하다”며 “삼성전자는 덩치가 커 주가가 움직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영업담당 임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이제 시작인 만큼 적극적으로 관련 주식을 골라 투자하기는 이르다”며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강지연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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