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다시 싸이가 되다.”

‘미니홈피’ 열풍을 일으켰던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11년 만에 독립, 분사하며 내건 문구다. 벤처회사로 출발한 싸이월드가 다시 벤처로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뜻이다.

"싸이월드, 결국 감성이다…골수팬부터 잡을 것"
싸이월드는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가 1999년 KAIST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인터넷으로 인맥을 구축해 주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했다. 2001년 9월 팝업창 형태의 미니홈피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입자를 한꺼번에 끌어모았고 결제 수단인 ‘도토리’는 선풍적 인기를 끌며 회사도 급성장했다. 2003년 SK컴즈에 싸이월드가 인수된 이후에도 성장세는 지속됐고, ‘싸이질(싸이월드에 글·사진 등을 올리는 행동)’이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페이스북 트위터 등 경쟁 서비스에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모바일 시장 대응에 뒤처지면서 싸이월드는 침체의 길을 걷게 된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까지 일면서 결국 ‘재창업’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싸이월드가 지난 8일 SK컴즈에서 종업원인수방식(EBO)으로 완전 독립해 직원 30명의 작은 회사로 다시 출발하게 된 이유다.

"싸이월드, 결국 감성이다…골수팬부터 잡을 것"
벤처 ‘싸이월드호’의 선장은 2005년 SK텔레콤에서 SK컴즈로 옮겨와 2년 동안 싸이월드 전략본부장을 맡았던 김동운 대표(사진)다. 지난 22일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다들 ‘내 회사’라는 느낌으로 일하고 있다”며 “직원 모두가 주주인 회사라 그만큼 일에 대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싸이월드는 요즘 모바일 전략을 가다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등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페이지가 SNS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도 싸이월드만의 본연의 가치는 유지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모바일 페이지에도 싸이월드 특유의 감성 코드를 살려나갈 것”이라며 “싸이월드 홈피를 자기만의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폐쇄형 서비스냐 개방형 서비스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이용자와의 합의에서 이뤄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모바일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골수팬인 이른바 ‘크리티컬 매스’를 잡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크리티컬 매스란 핵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 질량을 뜻하는 과학용어다. 그는 “얼리어답터와 오피니언리더 등이 싸이월드 이용을 확대해 나간다면 점차 사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김 대표는 벤처로 다시 시작한 만큼 싸이월드를 사람이 본연의 목적이 되는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며 “모두가 주주이기도 한 30명의 직원이 자기 직함도 각자 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 업무에 맞춰 가장 좋은 부서명과 직책 등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싸이월드는 15년 남짓한 국내 SNS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서비스다. 전 국민의 ‘인터넷 앨범’으로 사랑받았고, 사진첩에 수많은 댓글과 ‘퍼가요’가 주렁주렁 달렸다. 싸이월드 친구인 ‘1촌’은 친한 친구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싸이월드가 사라진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추억의 사진이 사라질까봐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 말 하나는 확실히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싸이월드, 안 없어집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