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강요셉 씨(오른쪽)가 소프라노 조이스 엘 코리와 함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둘은 이 작품의 남녀 주인공인 알프레도, 비올레타 역을 각각 맡았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테너 강요셉 씨(오른쪽)가 소프라노 조이스 엘 코리와 함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둘은 이 작품의 남녀 주인공인 알프레도, 비올레타 역을 각각 맡았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테너 강요셉(36)에게 2012년 4월 국립오페라단과 함께한 오페라 ‘라 보엠’은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탈리아 작곡가 지아모코 푸치니의 대표작인 이 작품에서 강씨는 주인공 ‘로돌포’를 맡았다. 뛰어난 가창과 사실적인 연기로 가난한 시인을 완벽하게 그려내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진짜 ‘사건’은 1년8개월 뒤에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베를린에서 아내 김수영 씨와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던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빈 국립극장이었다. 그날 저녁에 열리는 ‘라 보엠’에서 로돌포를 연기하기로 했던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가 공연을 펑크냈는데 대신 무대에 서줄 수 있느냐는 것. 당일 오후 5시에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탄 그는 두 시간 뒤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섰다.

상대역인 여주인공 ‘미미’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였다. 연습할 틈도 없었지만 강씨는 게오르규와 환상적인 호흡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공연 이후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그를 찾기 시작했다.

강씨는 오는 24~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무대에 선다. 베르디의 걸작인 이 작품에서 그는 이반 마그리와 함께 주역 ‘알프레도’를 연기할 예정이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살이 쭉쭉 빠질 정도로 힘들게 연습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출가 아흐노 베르나르가 현실감 있는 연기를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씨는 “일반적인 오페라는 성악가들이 가만히 서서 노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역동적인 모습이 많다”며 “배우부터 합창단원까지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도민준이 시간을 멈추고 혼자 움직이는 것과 같은 장면도 있어요. 연출 선생님이 드라마를 보셨나 봐요.(웃음)”

그는 2003년부터 세계적 오페라 극장인 베를린 도이치오페라극장 소속이었다. 2010년부터는 주역 가수로 자리매김했지만 지난해 10월 독립을 선언했다. “한 극장에 속해 있다 보니 아쉽게 놓친 공연이 많았어요. 나이도 적지 않아 더 늦기 전에 다양한 곳에서 활동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강씨는 이번에 한국에서 ‘라 트라비아타’ 외에도 오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국립합창단 ‘사도바울’ 무대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 연주회 아르스노바(24일 예술의전당) 무대에도 선다. “한국에선 유럽에서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줄 수 있어 공연할 때 신 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강씨는 자신의 강점으로 “노래와 연기를 모두 잘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꼽았다. 주목받는 이 젊은 성악가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몇몇 외국 성악가를 보면 무대 위에서 광채가 비치는 사람이 있어요. 노래와 연기를 둘 다 잘하는 것만으로는 빛이 나지 않아요. 이왕 공연을 계속한다면 그 경지까지 가보고 싶어요.”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