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매도 2조7000억  미스터리
증권사발(發) ‘매물 폭탄’이 상승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1000억원 넘게 사들이긴 했지만 올 들어 17일까지 증권사들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은 2조7488억원에 달한다.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의 부진, 증권사 경영난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종목형 ELS 매물폭탄으로

증권사 매도 2조7000억  미스터리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증권사(금융투자 항목으로 분류되는 금융회사)들은 1월 1조659억원을 시작으로 매월 4000억~7000억원의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순매도액 1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올 들어 17일까지 5412억원어치의 주식을 던졌다. 포스코(1146억원) LG전자(1061억원) 등도 순매도가 많았던 종목으로 꼽힌다. 반면 순매수 1위 종목은 금호산업이다. 순매수 규모는 519억원으로 삼성전자 순매도 규모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종목형 ELS를 ‘용의자’로 꼽는다. 올 들어 쏟아진 매물 중 적게는 5000억원, 많게는 1조원어치가 ELS와 관련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종목형 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되는 종목들이 증권사 순매도 타깃이었다는 점이 이 주장의 근거다.

증권사들은 개별 종목의 주가 변화에 베팅하는 종목형 ELS를 발행할 때,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설정액의 30~40%가량을 투입해 해당 종목의 주식 현물을 사 왔다. ELS가 만기 청산되거나 손실구간에 진입했을 때 이 주식을 내다 판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2011년 30% 안팎이었던 종목형 ELS의 비중이 지난해 말 6%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종목형 ELS 헤지를 위해 보유해야 하는 주식 물량이 급감했다”며 “포스코 삼성증권 등의 주가가 올해 초 급락하면서 이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가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도 증권사 매물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경영난에 ‘실탄’ 줄인 곳도 많아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도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개별 종목 선물을 사고, 대신 현물을 파는 거래가 잦았다는 의미다. 올 들어 17일까지 차익거래를 통한 증권사들의 순매도 물량은 1433억원어치이다.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순매도는 차익거래 물량의 8배인 1조1282억원에 달한다. 비차익거래는 10여개 종목을 한꺼번에 사고파는 거래를 뜻한다. 차익거래를 ‘묶음’으로 하면 통계가 비차익거래로 잡히는 만큼 이 금액 중 상당수가 차익거래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권사들이 경영난으로 자기매매를 위한 ‘실탄’ 자체를 줄였다는 설명도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 변동성이 줄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장세에서 자기매매를 위해 많은 돈을 묶어놓는 것은 낭비라고 판단한 증권사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지수는 이날 0.61%(12.23포인트) 오른 2004.28로 마감했다. 지수가 올해 2000을 돌파한 것은 지난 1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송형석/황정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