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숨 경각에 달린 판에 생업이 문제겠어요"
“지금 조업이 문제입니까. 이 판국에 고기 잡으면 뭐합니까.”

지난 16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한 현장에서 무려 27명의 승객을 구조한 낚싯배 명인스타호(9.77t) 선장 박영섭 씨(56·사진)는 17일에도 바닷길을 헤집고 다녔다. 단 한 명의 생존자라도 구출해야겠다는 일념에서였다.

사고 현장 주변을 수색하던 도중 기자의 전화를 받은 박 선장은 “지금 조도에 있는 모든 낚싯배와 고기잡이배가 구조활동에 뛰어든 상태”라며 “사람 목숨이 경각에 달린 판에 생업 걱정을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실종자 대부분이 바닷속 선체 안에 있는 것 같은데 어선으로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물살에 떠내려가는 잠수부라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이날 수색 도중 실종된 잠수부 3명은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그가 사고 소식을 접한 시간은 16일 오전 9시. “사고 현장에 가까이 있는 어선들은 구조에 동참해 달라”는 무선 신호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여척의 어선이 현장에 속속 모여들었다. 오전 10시께 진도선적 피쉬헌터호(1.11t) 등 2척이 바다에서 표류하는 20여명의 승객을 구조했다.

박 선장이 본격적으로 바다에 떠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10시30분. “두어 시간 동안 총 27명을 끌어올렸어요.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로 조마조마했습니다.”

구조된 승객들은 바닷물에 흠뻑 젖은 채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었다고 한다. “그분들 심정은 제가 잘 압니다. 배가 침몰하면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 같은 뱃사람은 잘 압니다.”

명인스타호에 구조된 승객들은 다양했다. 연세 지긋한 관광객도 있었고 남녀 고교생도 있었다. 이들 중 누구도 말문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추위와 공포에 지쳐 울음을 터뜨릴 힘조차 없는 듯했다.

“도저히 말을 걸 수 없었습니다. 모두 넋이 나간 표정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분들을 최대한 빨리 항구로 옮기는 것뿐이었습니다.”

“아직 200명도 넘는 사람이 배에 갇혀 있다고 하는데 반드시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마음이 바빠 더 이상 인터뷰할 시간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진도=김우섭 기자 duter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