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17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회장이 왼쪽 이마에 흉터를 가리는 밴드를 붙인 데 대해 삼성 관계자는 “최근 넘어져 긁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건희 삼성 회장이 17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회장이 왼쪽 이마에 흉터를 가리는 밴드를 붙인 데 대해 삼성 관계자는 “최근 넘어져 긁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건희 삼성 회장이 17일 귀국했다. 지난 1월11일 출국한 지 96일 만이다. 이 회장은 당장 다음주부터 출근 경영을 재개할 계획이어서 삼성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이 회장은 벌써 삼성전자 사장단과의 오찬회의를 소집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스마트폰 시장 정체로 실적 상승세가 한풀 꺾인 삼성을 어떤 방법으로 채찍질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건강 괜찮다”

이 회장은 이날 귀국장에서 ‘건강이 어떠냐’는 질문에 자신의 몸을 가리키며 “보시는 대로 괜찮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 자리에서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세월호 사고’에 대해 간략히 보고하자 “가슴이 아프고 매우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월까지는 하와이에 머물렀으나, 3월부터는 일본 도쿄에 체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입국장에는 최 실장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이 나왔다.

○다시 위기감 높아지는 삼성

이건희 회장 '출근경영' 재개…삼성, 긴장 고삐 다시 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이달 초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최 실장 주재로 팀장들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가 거의 매일 열렸다. 이 회장이 다시 출근 경영을 통해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다음주 화요일 귀국 후 첫 출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찬회의를 삼성전자 사장단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갤럭시S5 판매 상황 등 사업 현황과 전망, 1분기 실적 배경 등을 보고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은 1분기 전년 동기보다 4.33% 감소한 8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지난 8일 잠정 발표했으나, 월말 판매량이 수정돼 영업이익이 추가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11년 4월부터 정기 출근을 시작했다. 화, 목요일 등 1주일에 두 번 점심 때 관심 있는 분야의 사장단, 임직원 등을 만나는 오찬 경영을 해오고 있다. 2012년 말부터는 매주 화요일에 한 번씩 나오고 있다. 오찬 경영은 위기감을 고취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회장이 직접 큰 틀에서 신사업 구상, 인사, 현안 등을 챙기며 “안주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사업 재편부터 손댈 듯

이 회장이 당장 손을 댈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업 개편이다. 삼성은 지난해 9월부터 제일모직을 비롯해 계열사를 쪼개고 붙여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한 전자부문 수직 계열화를 한층 강화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으로 중화학 부문을 정비했으며, 삼성생명·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는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조만간 건설·중공업 사업에도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일부 중공업 계열사에서도 부실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있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한계 돌파를 강조하는 ‘마하 경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신년하례식에서 “다시 한번 바꾸라”며 한계 돌파를 주문했다.

삼성은 작년 12월부터 임원 세미나와 온라인 사보 등을 통해 전 임직원에게 마하 경영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실행계획을 마련해 추진해왔다. 이 회장이 마하 경영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던져 이를 체질화할지 주목된다.

김현석/박영태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