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이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실종자 구조를 위해 입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이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실종자 구조를 위해 입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집단 패닉에 빠졌다. 많은 국민이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세월호의 비극적인 침몰사태에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부의 일상적 기능도 올스톱됐다. 슬픔과 분노, 걱정과 안쓰러움이 국민의 가슴에 속절없이 밀려드는 모습이었다.

"제발 기적이…" 슬픔에 멈춘 대한민국
사고 이틀째인 17일 정부와 군경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에서 실종자를 구조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지만 강풍과 높은 파도, 바다 밑 거센 조류에 밀려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망자 숫자는 6명에서 25명으로 늘었다.

이날 주요 빌딩이 밀집한 서울 광화문과 강남 일대에서는 예전 같은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출근을 해서도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의 뉴스 속보를 지켜보는 사람이 많았다. 시민들은 길을 다니다가도 TV나 전광판이 있는 곳을 주시하며 촉각을 세웠다.

청와대는 이날 열기로 했던 박근혜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18일로 예정된 고용창출 우수 100대 기업 초청 오찬 간담회 일정도 취소했다. 장관들도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취소하고 사고현장에 집결했다.

정치권에서는 6·4 지방선거와 관련한 경선 일정 등이 중단됐다. 현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멈췄다.

전국의 학교들은 수학여행 및 체험학습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은 초·중·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상황을 재점검하고 안전에 우려가 있을 시 보류·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화스포츠계는 일정을 일제히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가수 정기고와 박정현은 17~18일 예정이던 신곡 발매 계획을 연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7일 음악 창작자를 위한 세미나 ‘뮤직 크리에이터 데이’ 행사를 취소했다. 프로축구 2부 안산 경찰청축구단은 20일 홈 경기를 연기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행사와 축제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19일 ‘남산 백만인 걷기대회’와 20일 계획한 ‘광화문 희망나눔장터’ 등 대규모 행사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경기 부천시도 20일 열 예정인 춘덕산 복숭아꽃축제를 취소했다.

기업과 행정기관에서도 행사와 홍보를 잇달아 미뤘다. 삼성에버랜드와 용인시는 18~20일 개최할 예정이던 ‘제2회 용인에버 벚꽃축제’를 취소했다. 포스코도 19일 열 계획이던 포스코센터 음악회를 연기했다. 안산 단원구에 자체 공장이 있는 한샘은 사내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경찰은 총경 이상 휴가를 중지하는 등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했다.

많은 시민도 여행계획을 취소했다. 하나투어는 17일 하루 동안 수학여행 단체 취소가 3곳, 취소 검토가 4곳 정도라고 밝혔다. 롯데관광 관계자도 “사고 이후 예약률이 평소보다 약 30% 가까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버스터미널이나 철도역 등 각종 공공장소에서도 시민들의 시선은 구조 현장을 중계하는 TV 모니터로 쏠렸다.

윤희은/이승우/문혜정/김명상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