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한국골프…일본 투어 '점령'할까
한국 남녀 프로골퍼들이 올해 일본 프로골프투어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리고 있다. 이미 6개 대회를 치른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는 안선주(27)와 이에스더(28)가 최근 2주 연속 우승컵을 차지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남자 프로들은 이번주 막을 올리는 개막전 도켄홈메이트컵에서 첫 승 사냥에 나선다.

한국 선수가 일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것은 2012년이었다. 여자 선수들은 시즌 최다승인 16승을 합작했고 남자는 6승(시즌 최다승은 2011년 8승)을 해냈다. 당시 남녀 동반 우승의 쾌거도 다섯 차례나 일궜다. 올해는 일본에 진출한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면서 대회마다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녀 모두 일본 무대에서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신지애 합류…시즌 최다승 넘어설까


여자 선수들은 2012시즌 총 35개 대회 가운데 46%인 16승을 휩쓸었다.

당시 상금랭킹 1위에 오른 전미정(32)이 4승, 2위 이보미(27)와 4위 안선주(27)가 각 3승, 이지희(35) 2승, 박인비 김효주 신현주 김소희가 1승씩을 거뒀다.

올해는 안선주 이보미 전미정 이지희 등 특급 선수들이 건재한 데다 미국 LPGA투어에서 활약하던 신지애까지 합류해 역대 시즌 최다승 기록 경신이 기대된다. 특히 전미정은 올해 고(故) 구옥희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 선수 일본 투어 최다승 기록(통산 23승)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여자 프로골프의 개척자인 구옥희는 1985년부터 2005년까지 21년간 23승을 달성했다. 2006년 첫 승을 올린 전미정은 지난해 3월 통산 22승을 달성했으나 이후 1년이 넘도록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여자 선수들은 일본에서 1985년 구옥희의 첫 승 이후 29년간 총 145승을 거뒀다. 미국 LPGA투어에서 거둔 117승보다 많다.

위기 느낀 일본협회의 견제

여자 선수들이 거둔 승수는 2012년 16승에서 지난해 11승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상반기에는 단 2승에 그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반기에 9승을 따내지 못했다면 자칫 최악의 해를 맞을 뻔했다.

지난해에는 안선주가 상금랭킹 4위에 오른 게 최고일 정도로 ‘에이스급’ 선수들이 부진했다. 그동안 일본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김영 나다예 이나리 강수연 등이 하반기에 우승해 간신히 평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 부진의 배경에는 일본 협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강춘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부회장은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자 일본 투어 측에서 일본에서 뛰려면 반드시 통역을 대동하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면서 한국 선수의 일본 진출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남자들은 올해 50승 돌파

여자 선수들은 JLPGA투어에서 2008년 6억3944만엔, 2009년 5억4804만엔, 2010년 7억5372만엔, 2011년 6억9791만엔, 2012년 8억7217만엔, 지난해 6억5430만엔의 외화벌이에 성공했다.

남자들은 2008년 2억2870만엔, 2009년 2억366만엔, 2010년 3억7720만엔 등 여자 선수 수입의 절반에도 못 미쳤으나 2011년부터 수입이 급등했다. 2011년 6억1711만엔, 2012년 6억4277만엔에 이어 지난해엔 6억6674만엔으로 처음 여자들의 상금 수입을 추월했다. 남자들은 지난해 3승에 그쳤으나 여자 선수(20명)의 두 배가량인 38명이 뛰면서 상금액수가 늘어났다.

남자는 1941년 고 연덕춘의 일본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총 47승을 했다. 올해 50승 돌파가 기대된다. 지난해 일본 상금랭킹 2위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김형성(34·현대자동차)은 “일본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세계랭킹 50위권에 내에 들어 내년 마스터스에 꼭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