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회장 인터뷰 "차이나 '위기론' 과장…中주식 더 살 것"
“중국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개혁정책의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겁니다. 중국 주식을 더 살 계획입니다.”

신흥국 투자의 ‘1인자’로 꼽히는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신흥시장그룹 회장(78·사진)은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투자포럼 2014’에 참석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정부 개혁으로 중국 경제가 효율적이고 혁신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조만간 상하이와 홍콩증시가 연동되면 새 투자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 모비우스 회장이 직접 운용하는 ‘템플턴 신흥시장 펀드’는 434억달러 규모이며 이 중 약 25%를 중국과 홍콩에 투자하고 있다.

모비우스 회장은 중국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다. 그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이 부실해질 것이란 예상이 있지만, 중국 부동산 가격은 더 뛸 것으로 본다”며 “과거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던 중국인들이 지금은 실거주를 위해 집을 구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증시도 긍정적으로 봤다. 모비우스 회장은 “한국이 신흥국은 아니지만 전체 펀드의 4%가량을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많은 종목이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점진적으로 상승해 연내 2100, 3년 내 2300 정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통일 대박론’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이었다. 그는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때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것은 남북 간 통일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알고 있다”며 “통일 후 한국 경제는 냉엄한 현실의 벽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북한 지하자원을 활용하고 중국에 접근하기 쉬워지지만 엄청난 통일 비용이 이런 장점을 압도할 것이란 얘기다.

모비우스 회장은 글로벌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는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던 자금이 선진국 증시로 흘러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 신흥국 증시로 쏠릴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신흥국 증시는 상승장일 땐 장기간에 걸쳐 가파르게 오르지만, 하락장은 기간이 짧고 하락폭도 크지 않다”며 “선진국 주식에 투자할 때보다 훨씬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988년 1월 신흥시장 주가(MSCI 신흥국지수 기준)를 100으로 봤을 때 지금은 2000 수준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의 하락장에서 지수가 평균 14개월씩 57% 하락했지만, 상승장에선 평균 69개월씩 423%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모비우스 회장은 빠르게 경제가 성장할 국가로 나이지리아와 베트남을 꼽았다. 두 나라 증시도 바닥을 다지고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봤다. 그는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국가에선 중국과 일본이 정치적인 문제로 투자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증시에서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각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올해 기술주 하락은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 심리가 커졌기 때문일 뿐 조만간 재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신흥시장 투자의 달인

1936년에 태어난 독일계 미국인으로, 세계 최고 신흥시장 투자자로 꼽힌다. 미 보스턴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 1987년 ‘템플턴 신흥시장 펀드’를 상장시켰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최초의 신흥시장 펀드다. 그가 굴리는 펀드는 현재 434억달러 규모. 전용기를 타고 마음 내키는 대로 신흥시장을 돌아다닌다고 해서 ‘대머리 독수리’란 별명을 갖고 있다.

도쿄=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