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크로스, 약세장선 약발 없는데…
필자가 증권업계에 입문한 지 20년 넘도록 서점에는 항상 ‘신(新)’ ‘비법’ 등의 미사여구를 붙인 차트 관련 도서들이 넘쳐났다. 개인적으로도 차트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차트는 시세를 보는 보조적 수단일 뿐 절대적 수단은 아니다. 시세를 판단하고 예상할 때 차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한물간 매매법으로 알려진 골든크로스 매매법을 예로 들어보자. 이 매매법을 바닥을 치고 추세적인 상승을 하는 시장에 적용해 보면 생각보다 적중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차트 책에 ‘20일선은 생명선’이라며 20일선이 깨지면 큰일 날 것처럼 쓴 구절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차트에서 찾아보면 좋은 상승세를 보이다 처음으로 20일선이 깨지는 때가 진짜 주가 하락의 시그널인지, 아니면 좋은 매수 기회로 활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트를 올바르게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차트가 올바른 시황 위에 그려져야 한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나 적용했을 것 같은 골든크로스 매매법도 시장 상승기에 적용하면 상당히 높은 적중률을 보인다. 하지만 약세기에 적용하면 기술적 반등의 끝물, 즉 단기 상투에 주식을 사는 우를 범하게 된다.

같은 모양과 재질로 지어진 누각이 있다고 하자. 하나는 탄탄한 반석 위에 세워진 누각이요, 하나는 모래밭에 세워진 누각이라면 아무리 같은 모양과 재질로 지어졌더라도 같다고 할 수 없다. 차트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황 위에 생겨난 차트냐에 따라 강한 상승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차트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빨리 그 주식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을 암시하는 차트도 있다.

실존하지 않는 신비의 투자비법을 찾기보다 전체 시장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향후 투자를 위한 반석을 올려놓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