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 거주하는 김모씨(56)는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액 중 절반을 팔고 주식형펀드로 갈아탔다. ETF 투자 성적이 시원치 않아서다. 그는 “주로 코스피지수와 연동하는 ETF를 사고팔았는데 주가가 박스권에서만 움직이다 보니 수익률이 저조했다”고 말했다.

매년 50% 안팎 성장하면서 순자산액(시가총액)이 20조원 가까이 불어났던 ETF 시장이 올 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전체 ETF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레버리지형(지수 상승률 대비 2배 수익) 회전율은 2010년 도입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잘 나가던 ETF마저…돈이 빠져나간다

○급브레이크 걸린 ETF 시장

금융투자협회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순자산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18조665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7.0%(1조3552억원) 감소했다. 3개월간 기록이지만 순자산액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단순히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방식이어서 투자 접근성이 좋은데다 소득세 및 증권거래세까지 면제돼 투자규모가 매년 급증해 왔기 때문이다. 2011년엔 전년 대비 63.5% 늘어난 데 이어 2012년 48.6%, 작년 32.0%로 자산액이 급속히 확대됐다. 2010년만 해도 62종에 그쳤던 ETF는 현재 149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연초 ETF 자산이 감소한 이유는 배당 차익을 노리고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데 따른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작년 같은 기간엔 ETF 자산이 오히려 11.2% 늘었다는 점에서 ‘외국인 배당’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부문장은 “외국인 배당 투자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동안 급성장한 ETF 시장 자체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종전처럼 1년에 50%씩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해외형 추가 상장 땐 재도약”

ETF 시장의 대표 상품인 레버리지형과 인버스형(지수 하락 때 수익)의 회전율도 뚝 떨어졌다. 코스피지수가 좁은 박스권에 갇히면서 매매가 시들해졌다는 분석이다.

거래량 1위인 ‘KODEX레버리지’의 지난달 주식 회전율은 216.68%로 집계됐다. 435.27%였던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인버스 ETF도 비슷하다. 지난해 3월 747.45%에 달했던 ‘KODEX인버스’ 회전율은 1년 만에 537.56%로 낮아졌다. 개별 종목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인버스 ETF로 위험을 분산하는 ‘롱쇼트 투자자’ 덕분에 레버리지형에 비해선 감소폭이 작지만 전성기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레버리지 ETF의 경우 지수가 상승할 땐 수익률이 두 배에 못 미치고, 지수가 떨어질 땐 두 배 이상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다만 5~6월엔 일본 중국 등의 주가를 추종하는 해외 레버리지형과 해외 인버스형 ETF가 쏟아질 예정이어서 시장이 다시 성장세로 전환될지 관심이다.

전균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ETF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며 “다양한 해외지수형 상품이 추가 상장되면 ETF 시장이 제2의 도약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ETF(상장지수펀드)

Exchange Traded Fund. 코스피200 등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추종하는 지수연계형 펀드. 2002년 도입됐다.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조재길/송형석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