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첨단 온실기업인 란스(LANS)의 한 직원이 온실에서 재배되는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란스 제공
네덜란드의 첨단 온실기업인 란스(LANS)의 한 직원이 온실에서 재배되는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란스 제공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남쪽으로 22㎞ 떨어진 작은 마을에 위치한 토마토 온실회사인 란스(LANS). 지난 27일 방문한 이곳은 아직 쌀쌀한 날씨였지만 초대형 온실 내부에서는 싱싱한 토마토를 한창 수확 중이었다. 3대째 가족기업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곳은 토마토 생산으로만 연간 4500만유로(약 66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비결은 바로 혁신적인 농업 기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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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맞이한 윌코 위세의 안내로 온실 내부를 둘러보다 대형 발전기가 눈에 띄었다. 자체 전력을 생산하는 열병합 발전기라고 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으로 42㏊ 규모의 온실 천장에 촘촘히 매달린 성장램프의 전기를 켜 토마토 성장에 필요한 열과 일조량을 공급한다. 또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온실 내부로 유입시켜 작물 성장을 촉진한다. 뿐만 아니라 전력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온수는 난방에 쓰인다. 이렇게 쓰고 남은 전력은 외부에 판매한다. 이른바 1석4조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온실 내부 온도와 습도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위세는 “종합온도시스템이 설치돼 중앙 컴퓨터로 실시간으로 자동 조절된다”며 “이 때문에 온실 내부는 365일 내내 토마토 성장이 가장 알맞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토마토 줄기마다 뿌리 부분에 두 개의 관이 심어져 있는데 하나는 수분을, 다른 하나는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 역시 중앙 컴퓨터가 공급량을 자동 조절한다.

수분 공급에 쓰이는 물은 빗물만 사용한다. 위세는 “지하수를 쓰면 산성도가 일정하지 못해 균일한 성장이 어렵다”며 “빗물을 받아 작물 성장에 해로운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수차례 필터링한 물만 쓴다”고 했다. 물의 산성도 역시 중앙 컴퓨터가 관리한다. 토마토 꽃의 수정에 필요한 벌(수정벌)도 키우며, 해충을 방지하는 천연 방제약도 자체 개발해 쓴다. 심지어 토마토 줄기가 자라더라도 일정한 높이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자동으로 꼬이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회사 대표인 세스 반데르 란스는 “온실 내부의 모든 것이 첨단 과학”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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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재배에 첨단 과학이 동원되는 만큼 ㏊당 시설비가 100만유로에 달한다. 란스 대표는 “정부 보조금은 전혀 받지 않고 자체 신용대출로 충당한다”고 했다. 네덜란드 전국에 이런 기업형 토마토 온실이 9000여개에 달하는데 대부분 3~4대째 내려온 가족기업인 만큼 신용을 인정받아 저금리 자금을 대출받고 있다는 것이다. 단위당 생산성이 일반 농가보다 두 배로 높아 보통 5년 정도 지나면 투자비를 회수한다.

온실 농가의 경쟁력에는 네덜란드의 선진 물류 시스템도 한몫하고 있다. 온실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는 하비스트 하우스(harvest house)라는 협동조합으로 보내지고, 여기서 일괄 상품화한 뒤 인근 로테르담 항구를 통해 전 세계에 수출된다.

이처럼 첨단 과학과 물류가 결합된 덕분에 네덜란드 토마토 수출은 연간 18억달러(2012년 기준)로, 토마토 원산지인 멕시코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란스 대표는 “네덜란드도 1950년대까지는 영세 농가가 주류였다”며 “이후 영세농끼리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서로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첨단 과학을 동원하면서 농업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 중 이곳을 찾은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사례로 농업과 첨단 과학의 융합을 강조하는데, 그 벤치마크 대상이 바로 이곳”이라고 설명했다.

헤이그=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