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 노키아, 휴대폰 합병 이후…거세지는 특허 전쟁…노키아 "특허료 20배 올려달라" 파상공세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제조사업부를 매각한 노키아가 최근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큰 폭의 특허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MS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특허료 인하 요구를 거절했다. MS와 노키아 휴대폰사업부 간 합병이 스마트폰 특허전쟁으로 비화되면서 중국에서는 양사의 합병 승인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키아-MS, 특허전쟁 불붙여

31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노키아는 최근 중국의 한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자사의 특허료를 20배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노키아는 지난해 9월 MS에 휴대폰 제조사업부를 72억달러에 팔았지만 스마트폰 관련 특허는 양도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노키아는 과거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크로스라이선싱을 맺어 비교적 낮은 특허료를 받아왔다. 크로스라이선싱이란 다른 기업의 특허를 사용하는 대가로 자사의 특허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노키아가 스마트폰 제조사업에서 손을 떼고 ‘특허 괴물’로 변신하면서 스마트폰 관련 특허료를 대폭 올려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키아의 특허료 공세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노키아는 휴대폰사업부 매각 이후 특허권의 적극적 행사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다. 지난 2월에는 HTC에 특허소송을 제기해 거액을 받아냈다. 노키아는 미국과 유럽에서만 각각 2만개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핵심 특허만도 7000여개로 퀄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4세대인 LTE로 넘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노키아는 세계 LTE 특허 19%를 보유하고 있어 퀄컴(12.5%)을 능가한다.

휴대폰 제조업에 뛰어든 MS도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크로스라이선싱을 통한 특허료 인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MS는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만드는 제조업체에 스마트폰은 대당 5달러, 태블릿 PC는 대당 10달러의 특허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MS는 윈도폰 판매로 3억47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안드로이드 특허로는 16억달러나 벌어들였다. 한편 에릭슨도 LTE에 대한 특허비용을 받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고,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도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어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가 특허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타격

노키아와 MS의 특허 공세가 거세지면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대한 특허료는 판매가의 1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제조업체의 이익은 갈수록 줄고 있다. 예를 들어 화웨이 레노버 TCL ZTE 등 중국 주요 업체들의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대당 가격은 103.25달러, 평균이익률은 1.7%에 불과했다. 스젠중 중국정법대 교수는 “MS-노키아 합병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라며 “이들이 특허료를 인상하면 많은 업체가 퇴출되거나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특허료가 올라가면 특허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을 독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통신공업협회 등은 “MS가 공정 경쟁을 위해 특허료를 받지 않거나 상당폭 인하하고, 노키아는 기존 수준으로 특허료를 동결하는 조건으로 합병 승인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양사의 합병건은 미국 유럽 러시아 인도 등에서는 별다른 문제 없이 승인됐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시한인 오는 8일을 앞두고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달 중순까지 양사의 합병 승인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