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S그룹 장손, 1년만에 10배 '투자 대박'
LS가(家)의 장손인 구본웅 씨(36·오른쪽)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VR 인수(M&A)로 대박을 터트렸다. 구씨가 이끄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이 오큘러스에 투자한 지 1년도 안돼 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구본웅 포메이션8 대표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큘러스가 페이스북에 팔려 10배가 넘는 투자수익을 거두게 됐다”고 밝혔다. 포메이션8은 지난해 3월 50만달러, 10월 1200만달러 등 총 125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번 M&A로 1억3000만달러가 넘는 현금 및 페이스북 주식을 받게 된다. 페이스북은 지난 25일 가상현실기기를 만드는 오큘러스VR을 2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구 대표는 “오큘러스 기술이 유망해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수익을 거둘 줄은 몰랐다”며 “이번 투자 성공 건이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벤처정신을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왼쪽)의 외아들이며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와 군복무를 마치고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MBA)을 다녔다.

현지 벤처캐피털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2012년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기디언 유, GE의 벤처그룹을 만든 짐 킴, ‘페이팔마피아’의 한 명인 조 론스데일 등과 포메이션8을 창업했다. 부친인 구자홍 회장과 제임스 장(소프트뱅크 차이나펀드 파트너), 톰 바루치(미 상무부 고문) 등도 합류, ‘6명의 파트너와 2명의 고문이 힘을 합쳤다’는 뜻으로 펀드 이름을 이같이 지었다.

작년 초 펀딩엔 LS그룹이 5000만달러를 출자했고 KT, CJ E&M도 돈을 댔다. 덕분에 4억4800만달러를 모았다. 실리콘밸리 역사상 벤처캐피털이 출범 직후 처음 펀딩한 규모로는 최대여서 현지에서 화제가 됐었다.

포메이션8은 오큘러스VR 등을 포함, 30여개 회사에 2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구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신기술을 찾아낸 뒤 한국에 사업 기반을 만들고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하는 게 포메이션8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