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기자 ] 이제 막 서른이 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이사(사진)는 15년차 경력의 베테랑 사업가다. 그는 중학생 때인 16살에 인터넷주소(도메인) 등록 대행 사업을 하며 연 매출 1억원의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날렸다.

[스타트업! 스타(22)]30세 15년차 '베테랑 사업가' 표철민 대표…'솜노트' 도전기
당시 독도 도메인(tokdo.co.kr)을 독도사랑 동호회에 기증하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독도 지킴이', '위젯(widget) 전도사' 등 수 많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닌다.

표 대표는 2009년 미국 경제 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가 선정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가 25인', 201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50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지난 8년 간 뚝심 있게 위자드웍스를 이끌어 온 그의 가치를 무엇보다 높게 평가한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그의 경력 안에도 수 많은 좌절과 도전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솜노트'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는 표 대표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위치한 위자드웍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 최연소 CEO의 '4전 5기'

표 대표는 항상 90도로 인사를 하는 '폴더 인사맨'이다. 오랜 경력의 CEO지만 소탈한 인상이 돋보인다. 그러나 그도 한 때는 "스스로 생각해도 오만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표 대표는 누구보다 파란만장하고 굵직한 사업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1999년 국내에서 갑자기 도메인 등록 붐이 일어나자 등록 대행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도메인 매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파격적인 가격 조건을 내걸며 승승장구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연 매출 1억원을 달성한 최연소 CEO가 됐다.

그러나 독도 도메인을 기증하면서 중학생이란 신분이 노출됐고, 사업은 고비를 맞았다. 2006년 대학생이 된 표 대표는 '웹 2.0'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다. 위젯이란 개념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대중화시킨 위자드웍스는 그 때 설립했다. 2009년에는 다음, 싸이월드에 이어 네이버와 제휴를 맺으며 위젯 1위 업체로 인정을 받았다.

"당시에는 스타트업이 거의 없을 때였거든요. 스마트폰 시대가 오기 전에 위젯 시장에 가장 먼저 도전했고, 15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어요. 두려울 게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다만 표 대표는 소셜 게임업체 '루비콘게임즈'를 설립해 게임 시장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당시 모든 빚을 모회사(위자드웍스)가 떠안았어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하청에 재하청을 받은 앱 개발을 하며 재기를 노렸죠"

◆ 토종 메모 앱의 자존심 '솜노트', '에버노트'와 맞붙다

위자드웍스는 약 3년 간 150개 앱을 만들었다. 사흘에 하나 꼴로 앱들을 쏟아낸 셈이다. 주로 SK텔레콤과 KT에 공급하며 스마트폰 앱 수급 사업자가 됐다. 돈은 다시 꽤 벌었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

"실패를 해 보니 알겠더라고요. 저는 게임보다 유틸리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급격한 성장세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이지만, 모든 사람이 매일 편리하게 사용하죠. 약 1년치 먹고 살 돈을 마련한 뒤에는 모든 영업을 끊고 오직 유틸리티 앱 개발에만 매달렸어요."

표 대표가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내놓은 앱은 바로 메모장 앱 '솜노트'다. '솜 클라우드'를 이용해 모바일과 PC 웹을 연동할 수 있다. 다만 해외 앱 '에버노트'가 시장을 이미 점령하고 있었기에 보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다.

[스타트업! 스타(22)]30세 15년차 '베테랑 사업가' 표철민 대표…'솜노트' 도전기
"메모장은 꼭 필요한 서비스이지만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돼 있는데다 에버노트 등 경쟁상대가 많아요. 다만 에버노트는 남성이 90% 이상 사용하고, 기능으로 승부를 겁니다. 후발주자인 '솜노트'는 10~20대 여성을 타깃으로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면서 출발했습니다. '솜사탕', '솜구름'을 컨셉으로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파스텔 계열로 표현하죠"

위자드웍스는 2012년 8월 할일 관리 앱 '솜투두'(SomTodo)를 출시하며 '솜 시리즈'를 이어갔다. '솜노트'와 '솜투두'는 220만 다운로드를 넘어서고 있다. 이용자 층도 최근 확대되는 추세다. 55세 이상 여성 이용자가 8.6%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초 출시한 '솜노트 2.0' 버전에서는 남성용 테마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 '솜노트' 일본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표 대표는 올 여름 전자 칠판인 '솜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칠판에 입력한 내용을 솜노트를 통해 PC나 태블릿, 스마트폰 등 기기에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다. 위자드웍스가 지난해 출시한 '솜펜'과 같이 초음파와 적외선을 함께 발생시켜 작성한 내용을 디지털 기기로 전송한다.

다만 위자드웍스는 소프트웨어 부문만 책임지며, 하드웨어 부문은 제휴를 통한다. 끝 없는 사업 확장보다 주력 서비스를 더 강화한다는 방침에서다. 표 대표는 올해 초심으로 돌아가 '솜노트'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해외진출 카드를 꺼내들었다.

"통상 스타트업은 설립 3년째가 고비라고 합니다. 그 동안 재무적인 고통을 이겨내야 하고, 외주 개발을 하기도 하고, 결국 사업 아이템을 바꾸는 경우도 잦죠. 위자드웍스는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고 지난 3년 간 '솜노트'에 집중해 왔습니다. 향후 1~2년 간 더 집중한다면 '세계 1등'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분합니다"

'솜노트'는 1년 가까이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린 끝에 성과도 냈다. 일본 대형 통신사 KDDI가 운영하는 폐쇄형 앱 마켓 '스마트패스'에 이달 입점한 것이다. 스마트패스는 유료 앱 300개만을 모아 월 정액제로 운영한다. 현재까지 스마트패스에 입점한 국내 개발사는 10여개로, 솜노트의 입점은 비(非) 게임 분야에서는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표 대표는 "서비스의 꽃은 유틸리티"라며 "그 어떤 분야보다 이용자 충성도가 높으므로, 전 세계 이용자가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서비스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