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드 TV' 전쟁, 휘는 기술 어떻게 다르지?
화면이 오목하게 휜 커브드(curved) 초고화질(UHD) TV가 인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쓴 곡면 UHD를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 선점에 나섰다. 시장 반응도 좋다. 삼성 관계자는 “팔리는 UHD TV의 90% 이상이 곡면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두 회사가 곡면 기술의 우수성 등을 놓고 한치 양보 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얼마나 휘었느냐를 나타내는 곡률과 LCD 패널 방식, 그리고 OLED 사용 여부 등 세 가지가 핵심 쟁점이다.

'커브드 TV' 전쟁, 휘는 기술 어떻게 다르지?

(1) 어느 정도 휜 화면 곡률이 최선일까

화면이 얼마나 휘었느냐가 가장 큰 논쟁거리다. 평면 TV는 시청자의 눈에서 TV의 중앙과 양 측면까지 거리가 다르다. 반면 곡면 TV는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화면을 휘게 했다. 눈에서 화면의 모든 부분까지 거리를 같게 한 것이다. 화면이 한눈에 들어와 몰입감이 좋아진다. 문제는 얼마나 휘게 하느냐다.

2014 월드 가전 브랜드 쇼가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곡면 초고화질(UHD) TV를 보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4 월드 가전 브랜드 쇼가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곡면 초고화질(UHD) TV를 보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삼성 TV의 곡률은 4200R이다. 반지름 4200㎜(4.2m)의 원 둘레만큼 휘었다는 얘기다. LG는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출시된 곡면 OLED TV는 4600R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조금 더 휘게 했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거실 크기를 조사해 4200R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경쟁사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덜 휜 것”이라고 주장했다.

LG 측 주장은 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의 주장은 거실 가운데서 혼자 TV를 볼 때만 성립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2~3명이 나란히 앉아서 TV를 보는 것을 가정해 곡률을 정했다”고 소개했다. 기술적으로는 더 휠 수 있지만 최적의 시청 조건을 고려해 덜 휘게 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LG이노페스트 2014’를 열고 유럽 바이어들에게 세계 최대 크기의 105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를 선보였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LG이노페스트 2014’를 열고 유럽 바이어들에게 세계 최대 크기의 105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를 선보였다. LG전자 제공

(2) LCD 액정 배열, 수직이냐 수평이냐

LCD TV가 처음 나온 10여년 전부터 이어진 두 회사의 패널 방식 다툼은 곡면 TV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패널은 작은 액정들로 구성돼 있다. 삼성 방식(VA)은 액정들이 수직으로 서 있지만 LG 방식(IPS)은 수평으로 누워 있다.

삼성 측 주장은 “IPS는 액정이 수평으로 누워 있어 곡면 TV처럼 패널을 가로로 휘면 화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는 “화질은 액정 구성 방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삼성 LCD에는 화소 사이사이마다 칸막이가 있어 오히려 화질이 나빠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칸막이가 있긴 하지만 자체 기술로 최소화했기 때문에 화질에 영향은 없다”고 반박했다.

(3) OLED냐 LCD냐…기술 우위 다툼

현재 두 회사가 내놓은 곡면 TV의 화질은 UHD급 800만화소(3840×2160)로 같다. 하지만 TV에 사용한 디스플레이 패널은 다르다. 삼성은 LCD를, LG는 OLED를 사용했다. LG도 조만간 LCD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지만 일단 OLED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OLED는 LCD보다 얇고 가벼운 데다 휘게 만들기도 쉬워 진화한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다. 다만 수율과 가격이 문제다. 수율은 전체 생산품 중 불량품을 제외하고 상품으로 쓸 수 있는 비율을 말한다. 수율이 낮으면 가격이 비싸진다.

삼성 측은 “업계의 OLED 생산 수율이 여전히 낮다”며 “경쟁사가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해서 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LG는 “경쟁사는 양산도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수율이 50%를 훨씬 넘으며 개선 속도도 빠르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의 신경전을 바라보는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큰 의미 없는 논쟁”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김현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연구실장은 “두 회사의 의견에 모두 일리가 있다”며 “결국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서 많이 파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