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문광훈 충북대 교수, 오세정 서울대 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유종호 전 연세대 석좌교수, 이승환 고려대 교수, 김상환 서울대 교수.
왼쪽부터 문광훈 충북대 교수, 오세정 서울대 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유종호 전 연세대 석좌교수, 이승환 고려대 교수, 김상환 서울대 교수.
분열과 갈등을 넘어 ‘내공’ 있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계의 대표적 지성들이 나섰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영문학), 유종호 전 연세대 석좌교수(영문학),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 문광훈 충북대 교수(독문학) 등 7명의 학자가 모여 ‘문화의 안과 밖’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이는 문화·예술, 정치, 사회, 철학, 과학 등 전 분야를 융합한 강연을 온·오프라인으로 선보이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사회의 내면적 힘이 이미 소진됐다는 진단에서 시작됐다. 민주화와 경제발전 등 ‘밖’에 해당하는 사회적 면모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나 방향에 대해선 의문점이 남아 있고,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이를 바로잡을 내면의 힘도 남아 있지 않다는 얘기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김우창 교수는 10일 서울 소공동 호텔 더 플라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회의 위기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잡지 못하는 내적 능력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며 “(일부에서 얘기하는) 박근혜 정부의 등장 같은 표피적 원인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정신과 문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고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회에 펴져 있는 단순한 수준의 편가르기에서 벗어나 보다 수준 높은 학문적 성찰을 목표로 한다. 지난 1월25일 열린 강연에서 유종호 전 교수는 “심각한 한국사회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정서나 비이성적 태도가 아닌 사실에 기초한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성과 열정’이 아닌 ‘온건함에 대한 찬양’을 프로젝트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으로 제시했다.

최장집 교수 또한 프랑스의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을 인용하며 “역사를 볼 때는 파도가 치고 물이 밀려오는 표면을 보는 수준, 보다 깊은 바다에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조류나 해류를 관찰하는 수준, 바다가 육지가 되는 것같이 수백 년에 한 번 일어나는 변화를 보는 수준 등 세 가지 관점이 있다”며 “문화의 안과 밖은 최소한 두 번째 관점 정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의 목적도 청중을 설정한 뒤 설득하거나 영합하는 게 아닌 학문 내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정했다. 의견이 아닌 사실 자체를 보기 위해선 과학적 태도가 필요하고, 이를 훈련할 때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이성적 엄정성’을 기를 수 있다는 얘기다.

문광훈 교수는 “좋은 것은 어떤 것이든 성취하기 어렵다”며 “대중과의 소통에 대한 우려도 많았지만, 소통은 서로간에 일정한 연마와 훈련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했다.

유종호 전 교수도 ‘과거는 외국이다’는 말을 인용하며 역사적 사실을 알기 위한 ‘공부’를 강조했다.

“프랑스 혁명 때 분개한 파리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부수고 죄수를 석방했습니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이때 바스티유에 갇혀 있던 죄수 중 정치범은 몇 명일 것 같냐고 물으면 보통 수천명, 수만명이라고 답해요. 하지만 사실은 10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외국을 알기 위해선 많은 공부가 필요하듯 근접한 역사적 과거도 마찬가집니다.”

내년 1월10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W스테이지에서 열리는 ‘문화의 안과 밖’ 강연은 네이버 ‘열린 연단’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민음사에서 강연 내용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