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경기 불황과 연료비 인상이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었다. 케빈 크론 부사장은 타개책을 마련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저비용항공(LCC)인 회사 특성상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약까지 붙어 있던 상황이었다.

크론 부사장이 주목한 것은 ‘고객 가치’였다. 고객들은 밖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좌석만 피할 수 있다면 돈을 좀 더 낼 의향이 있다는 점, 사업차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은 칵테일을 ‘그날의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새로운 종류의 탑승권을 만들었다. 가장 먼저 탑승해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알코올성 음료를 제공하는 대신 기존의 최고가 탑승권보다 10~30달러 비싼 ‘비즈니스 셀렉트’ 탑승권이다. 이를 통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시행 첫해 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대다수 경영자들은 가격 결정을 어려워한다. 가격 결정의 ‘황금률’도 없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지침도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원가를 올려 잡거나 경쟁업체들의 가격에 맞추거나 직감에 의존한다.

[책마을] 가격 올리지 마라…고객 스스로 돈 내게 만들어라
《숨은 1%의 이익을 잡는 가격 결정의 기술》의 저자는 “가격 결정은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의 1200대 글로벌 기업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격을 1% 올리고 수요가 변함없다면 각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은 11% 늘어난다고 한다.

저자는 가격 결정 과정에서 생기는 흔한 오류 두 가지로 ‘원가 기준 가격 결정’과 ‘가격을 단지 올릴지 내릴지의 문제로만 고민하는 것’을 꼽는다. 고객 입장에서 가치를 판단해 가격 결정을 하려면 기존의 가격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미국 센트럴파크의 노점상들은 비가 올 조짐이 보이면 즉시 우산 가격을 올린다. 이때의 가격 인상은 원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달라진 것은 다급히 비를 피해야 하는 고객 입장에서 우산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고를 때 대개 몇 가지 제품을 놓고 가격 대비 가치가 가장 높은 제품을 선택한다. 가치 기반 가격 결정은 고객들이 ‘차선’으로 생각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 특징을 조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차선의 제품에 비해 특별한 성질이 더해진 제품에는 더 높은 가격을 매기고, 불필요한 특징을 모두 뺀 제품은 가격을 내리는 방식이다.

가격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가격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이익이 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