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효율의 美學
영화 ‘머니볼’(Moneyball)을 참 재미있게 봤다. 여운이 오래 남았던 영화다. 브래드 피트가 호연하기도 했지만 실화를 소재로 한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줘서다. 영화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돈이 곧 성적’인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선수연봉 총액 최하위의 오합지졸 구단이 리그 사상 최초로 20연승을 달성하고, 연봉이 세 배나 많은 팀을 제치고 최다승 팀이 되는 신화 같은 이야기다. 우리 정서에 잘 맞기도 하고.

그 성공신화의 비결은 단장의 기상천외한 선수 선발에 있었다. 승리의 관건은 출루에 있다고 보고, 명성이나 겉모습보다는 철저하게 데이터에 의존해 선수를 뽑는다. 키가 작아서, 나이가 많아서, 부상을 입어 다른 팀에서 외면하는 선수들 중 사사구로라도 출루율이 높은 타자, 공이 느려도 베이스에 잘 내보내지 않는 투수를 골라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지난달 치른 미국 미식축구리그 결승전은 희한하게도 수비 1위 팀과 공격 1위 팀이 맞붙었다. 결과는 수비 팀의 대승으로 끝났다.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상대의 공격을 잘 막아내다 틈을 노려 쉽게 점수를 올렸다. 역대 결승전에서 이렇게 수비, 공격 수위 팀이 격돌한 게 다섯 차례였는데 한 번을 빼곤 모두 수비 팀이 이겼다고 한다. 땀도 덜 흘리고, 발품도 적게 팔며 알차게 경기를 한 셈이다.

안양에 있는 어느 중소기업을 찾은 적이 있다. 주차도 마땅치 않은 달랑 건물 한 동으로 된 회사였다. 비좁긴 했지만 작업장 동선이 편리하고, 정돈이 잘 돼 있었다. 그런데 연구개발실만큼은 다른 곳에 비해 꽤 넓은 게 인상적이었다. 그 공간에서 90여명의 직원이 특수 등(燈)을 생산해 세계시장의 4%를 차지하고, 천만불 수출탑을 받았단다. 짜임새가 느껴졌다. 이런 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겠는가.

본받을 일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돈이나 힘만 쓰고 건지는 건 변변찮은 경우가 많다. 속 빈 강정 같은, 겉만 번지르르한 일은 또 얼마나 자주 보고. 그래서 52조원이 넘는 조달사업을 하면서 늘 투입비용과 효과를 따지고 있다. 선택과 집중, 외부 위탁·참여 확대, 업무프로세스 혁신과 전자화, 직원 전문성·직업윤리 강화, 그리고 현장 경영에서 답을 찾곤 한다.

운동경기든, 사업이든, 정책이든 비용·효과 개념을 더 가져야겠다. 공공기관 개혁의 본질도 ‘저비용, 고효율 경영’ 아니겠는가.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