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의 반격…소프트뱅크나 알리바바와 손잡는다
미국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최근 인수하기로 하면서 수세에 몰린 네이버의 ‘라인’이 지분 매각을 통한 전략적 제휴로 반격에 나선다. 네이버는 라인 운영 주체인 일본 법인 라인주식회사 지분 일부를 일본 통신회사 소프트뱅크와 중국 최대 인터넷 상거래업체 알리바바닷컴 둘 중 한 곳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미국과 일본 동시 상장(IPO)을 앞둔 라인주식회사의 지분 15~20%를 일본 소프트뱅크나 중국 알리바바닷컴 등에 ‘상장 전 지분매각(pre-IPO)’ 방식으로 팔기로 하고 매각 대상자를 고르고 있다. 다만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라인의 프리 IPO에는 구글 등도 전략적 투자자(SI)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어떤 회사가 라인의 해외 파트너로 지목될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라인 지분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2위 통신업체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는 당초 네이버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네이버 지분이 9.18%에 불과해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으면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지분 투자가 무산됐다.

대신 네이버는 라인을 개발한 일본법인 NHN재팬에서 게임 부문을 떼어내고 이름을 라인주식회사로 바꾸면서 전략적 투자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라인주식회사는 네이버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네이버 이사회는 이달 중순께 소프트뱅크의 투자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외의 다른 기업들이 전략적 지분 투자를 제의해오면서 결정이 미뤄진 상태다. 특히 알리바바닷컴이 소프트뱅크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네이버는 둘을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으면 라인은 핵심 시장인 일본에서의 기반을 강화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미국 3위의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를 인수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닷컴과 제휴하면 텐센트의 ‘위챗’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두드릴 수 있게 된다. 라인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미국·일본 동시상장 계획에는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인주식회사 지분 15~20%에 대한 가치는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스티커나 게임, 광고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작년 매출 4542억원) 라인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라인은 올 연말까지 가입자가 5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페이스북에 인수된 모바일 메신저 회사 와츠앱은 가입자 당 가치가 42달러였다.

네이버 측은 “소프트뱅크를 포함해 어떤 곳에서도 공식적으로 지분 투자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영효/임근호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