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의 퇴행적 역사인식을 우려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달 28일 중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 ‘일본은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국제법상 정당한 근거에 기초해 영토로 편입했으나 현재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학습지도요령해설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교과서 집필과 검정에서 실질적인 지침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해설서에 기술된 내용은 그대로 교과서에 반영될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은 2016년 중학교, 2017·2018년 고등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지리, 공민, 정치경제, 현대사회, 역사 교과서에 들어간다. 이들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할 때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30일 일본 국회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작년 한 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논란으로 시끄러웠다면, 올해는 일본의 독도 도발로 시작하게 됐다.

지난 1년간 일본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친밀해지면서 일본을 냉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각료의 발언 등 지금은 일본이 한국을 중국 쪽으로 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형국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보면 미국도 아베 정권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일본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것을 외교 전략으로 선택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1930년대 일본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결과, 일본은 물론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미국, 네덜란드 등 수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했다. 이 뼈아픈 역사를 상기하면 일본의 국제적 고립을 강 건너 불처럼 바라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그렇다면 일본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아베 정권의 독도 도발과 퇴행적인 역사인식이 국제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본 전체를 고립시키려 해서는 안 되며, 이 문제가 경제와 문화, 인적 교류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 경제가 침체돼 있다고 하나 국내총생산(GDP)은 5조9640억달러(2012년)로 우리 제2의 교역국이다. 2010년 중국에 역전당해 세계 3위로 밀려났다고는 해도 여전히 경제대국이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일본의 역할은 중요하다. 일본과의 관계를 허무는 것이 득이 될 수는 없다. 아베 정권의 수명은 길어야 몇 년이지만, 한·일 관계는 먼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는 ‘일본이 국제법상 정당한 근거에 따라 독도를 정식으로 영토에 편입한 경위도 언급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2012년 9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등 약 1200명이 발표한 호소문에는 ‘일본의 독도 편입은 러일전쟁 중인 1905년 2월, 한국(당시 대한제국)의 식민지화를 진행하면서 이미 외교권도 박탈해가던 중의 일이었다. 한국인에게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기점이며 그 상징이다. 이 점을 일본인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주장이 들어가 있다. 일본 시민들의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런 인식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교과서에 독도에 대한 왜곡된 기술이 늘어나도, 총리가 어떤 발언을 해도 우리가 독도에 대해 영토주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자신감과 여유를 갖고 동아시아라는 큰 그림 속에서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 일본도 국내정치의 논리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남상구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nsggg@nahf.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