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미국에 에탄분해시설 합작공장…신동빈, 셰일가스에 승부수 던졌다
롯데그룹이 셰일가스(암석층에 있는 천연가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미국발 셰일가스 충격에 적극 대응하라는 신동빈 회장(사진)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롯데는 우즈베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해외 유화사업 투자도 늘려 화학 부문을 유통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으로 키울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11일 미국 유화업체 액시올과 합작으로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분해설비(ECC)를 짓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유화기업이 미국에 ECC 공장을 세우는 것은 롯데케미칼이 처음이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액시올은 염화수소 등 화학제품과 건축용 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와 액시올 간 합작사의 지분 비율은 50 대 50이다.

합작 공장은 2018년 중반부터 연 50만t의 에틸렌, 연 70만t의 에틸렌글리콜(EG)을 생산할 계획이다. 에틸렌은 합성수지의 기초원료이며 EG는 폴리에스터 섬유, 필름, 부동액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1년 이상 미국 셰일가스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오다 액시올 측과 뜻이 맞아 합작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미국의 셰일가스 붐을 눈여겨 보고 기회가 되면 사업을 적극 추진하라”고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에게 특별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 미국에 에탄분해시설 합작공장…신동빈, 셰일가스에 승부수 던졌다
나프타분해설비(NCC) 규모로 국내 1위, 아시아 2위인 롯데케미칼이 미국 ECC 사업까지 추가하면 합성수지 기초원료 사업에서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에틸렌 등 합성수지 원료는 원유를 정제한 나프타와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주로 사용한다.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나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 ECC의 경쟁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유화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지역에서도 ECC 사업과 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국영가스회사와 공동으로 건설하고 있는 가스화학단지는 내년 하반기부터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연 39만t, 폴리프로필렌(PP) 연 8만t을 각각 생산할 예정이다.

가스전에서 연 260만t의 메탄을 추출해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 가스전에 3억5100만달러(약 3766억원)를 투자, 24.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우즈베키스탄 가스단지를 중국, 중앙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등지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나프타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낮추고 가격이 싼 가스원료 비중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며 “생산기지와 판매 지역 다변화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