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여인은 남편에게 “당신은 내 자식을 살리지 못했어”라고 비난한다. 남편은 공격으로 되갚았고, 결국 부부는 이혼했다. 비난은 그릇된 귀의처다. 비난은 마음을 무장시키고 몸이 느끼는 슬픔을 차단한다.

상실의 고통 앞에서 우리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깊이 슬퍼하면 된다. 깊은 슬픔은 우리를 정화한다. 상실의 고통을 에너지로 바꿔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슬픔을 봉인한 채 살아가면 대가가 따른다. 소중한 삶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실의 아픔은 존재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책마을] 치유의 출발은 자신과의 화해
《삶에서 깨어나기》는 풍부한 임상경험을 통해 누구나 겪는 괴로움의 정체를 근원적으로 파헤치며 그 너머 깨어있는 마음의 평화와 자유에 도달하는 길을 안내한다. 고통에 대한 저자 자신의 진솔한 고백과 상담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 가득하다.

저자는 누구에게든 치유의 출발점은 자기 마음과의 화해라고 강조한다. 우리 내면은 항상 전쟁 중이어서 자신의 다정한 마음 및 영혼과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 너머에 있는 인간의 나약함을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화해의 길에 들어선다. 자기 연민은 타인에 대한 염려와 보살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사실을 저자는 일깨워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