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는 어
[한경데스크] K푸드 성공 이끈 '치킨 경쟁'
떤 말의 약자일까? 답은 ‘Korea Fried Chicken’이다. 적어도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스에 따르면 그렇다. 이 신문은 작년 말 ‘싱가포르가 한국 치킨에 미쳐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며 KFC를 이렇게 소개했다. 미국에 본거지를 둔 패스트푸드 체인점 KFC(Kentucky Fried Chicken) 못지 않게 입맛을 사로잡아서다.

한국 치킨의 위세가 대단하다. 미국 뉴욕 도심 맨해튼에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선 한 달에 한 번씩 양념닭등 한국식으로 요리한 치킨을 배달해 전 직원이 함께 먹는다는 소식이다. 이슬람권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도 한국 치킨을 파는 집이 영업 중이고,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 역시 한국식 치킨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력의 원천은 목숨건 경쟁

한국의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는 56개국에 진출해 있을 정도로 해외진출이 활발하다. 국내에는 11개 매장밖에 없지만 5개국에 109개 점포를 운영 중인 본촌치킨처럼 해외에 특화된 업체도 있다.

상황이 이쯤되다 보니 한국 치킨의 성공요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라이드와 양념을 반씩 섞어주는 반반메뉴, 연중무휴 영업, 새벽 4시까지 배달 등등 해외에선 볼 수 없었던 서비스가 거론된다. 30여가지가 넘는 양념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맛, 싱가포르 매출(네네치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파닭’이나 ‘흑임자 치킨’ 등 독특한 요리도 강점으로 꼽힌다.

주목할 것은 성공요인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해 수출된 경영 노하우라는 점이다. 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사실 한국의 치킨 산업은 거대한 ‘서바이벌 게임장’과 같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2년부터 10년간 매년 7400개의 치킨집이 생겼고, 5000개가 문을 닫았다. 현재 프랜차이즈협회에 등록된 치킨 브랜드만 280개에 달한다. 동네 자영업자 것까지 합치면 브랜드가 몇 개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약 3만6000개 매장에서 매일 치킨이 배달된다.

'골목상권' 보호가 혁신 막아

정글처럼 살벌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매일매일 새로운 맛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했다. 이게 곧 한국 치킨의 경쟁력을 만든 원천이다. 치킨이 짜장면을 제치고 배달음식 1위가 됐다는 작년 말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국내 시장 참여자들이 생사를 걸고 경쟁하며 흘린 땀이 아니라면 치킨이 ‘K푸드의 선봉장’이 된 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경쟁의 축복’은 여기까지인지도 모른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다 뭐다 하면서 경쟁제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달 14일부터는 프랜차이즈들이 새로운 점포를 마음대로 낼 수 없도록 개정한 가맹사업법도 시행된다. 똑같은 브랜드의 점포를 일정 구역 안에 낼 수 없게 된다. 경쟁이 훨씬 덜한 안정적 영업권역을 보장받게 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경쟁이 없으면 당연히 혁신도 없다. 혁신이 없는 산업에서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고 결국 일자리도, 성장도 허공 속 이야기로 전락한다. 무분별한 정치논리는 이렇게 밥그릇을 깨버린다. 한국 치킨의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조주현 생활경제부장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