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의회가 나서지 않으면 나는 의회 승인 없이 행동을 취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신년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서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하원)에 끌려다니지 않고 대통령의 ‘행정명령’ 권한을 이용해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올해를 ‘행동하는 해’로 만들자며 “경제를 촉진하고 중산층을 강화하며 기회의 사다리를 세우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의회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7.25달러→10.10달러), 장기실업자 수당 연장,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거론하며 “의회가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와 새로 계약을 맺는 근로자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올리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정부가 보증하는 ‘myRA’라는 새로운 퇴직연금 계좌를 만들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를 무시하는 듯한 ‘독자행동’을 천명한 것은 국정 주도력를 회복해 조기 레임덕을 차단하고 서민·중산층의 민심을 다독여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대결의 정치”라고 반발해 연초부터 정치권 대결이 심화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 이후 대응 연설자로 나선 캐시 로저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오바마의 정책이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경제를 뒷걸음질치게 한다”고 반박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협박처럼 들리기도 하고 오만함이 묻어난다”고 비판했다. 제프리 도프먼 조지아대 경제학 교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낼 때가 됐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은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정부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소득불평등 문제가 올해 미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 이익과 주가는 크게 호전됐고 부유층도 사상 최고 소득을 거두고 있지만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정체돼 있고 경제적 지위 상승도 멈췄다. 우리는 이런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저임금 10달러가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