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올라도 집 안사는 이유는?…전세 주거비 내집보다 年 330만원 덜 들어
전국 세입자의 평균 주거비용이 자가주택 보유자의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세금에서 자유로운 데다 금리가 낮은 점도 세입자에게 이익이다.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는데도 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적은 이유다.

◆집주인보다 세입자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세입자와 자가주택 보유자의 주거비용 차이를 이같이 분석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2억5420만원이었다. 대출 없이 집을 산 사람이라면 이 금액을 정기예금에 넣었을 때 발생하는 한 해 이자 710만원을 기회비용으로 낸 셈이다. 여기에 재산세 20만원과 취득세 30만원(평균 거주연수인 9년에 걸쳐 비용 처리) 등을 더하면 연평균 760만원을 거주비용으로 부담했다.

세입자는 어땠을까. 같은 기간 평균 전세가격은 1억5290만원. 이를 집주인에게 맡김으로써 연간 430만원의 이자를 포기했다. 대신 재산세나 취득세, 수리비 등은 부담하지 않아도 됐다. 즉 전국 세입자의 평균 거주비용 430만원은 집주인(760만원)의 56% 수준에 머물렀다. 한은은 “주택의 시세차익을 감안하지 않을 때 세입자의 주거비용이 더 저렴했다”며 “이는 전세 수요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전셋값 올라도 재계약

낮은 대출금리는 전세 수요를 더욱 부추겼다. 전셋값이 올라도 추가 이자부담이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2013년 12월 전세금 인상액(전국 아파트 기준)은 평균 2157만원이었다. 가계 대출금리(4.19%)를 2년간 적용할 때 전국 세입자들이 추가 부담한 이자는 181만원이었다.

포장이사비(100만원) 중개수수료(64만원) 등 이사비용 164만원과 비교해 큰 손해는 아니다. 따라서 전세로 재계약하려는 사람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전세가격은 5.7% 올라 2012년 연간 상승률(3.5%)을 크게 웃돌았다. 전세가격 상승이 본격화한 것은 2009년 3월부터다. 지난해 12월까지 58개월간 37.7%나 올랐다. 오름세가 지속된 기간으로는 1987년 이후 가장 길다. 상승폭도 1987년 2월~1988년 9월의 40.4%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올해도 전셋값 계속 오른다

한은은 수급 불균형이 앞으로도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전세가격이 아파트값의 70%에 육박할 정도로 뛰었는데도 매매 수요로 빠르게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화돼 구매력 있는 전세가구도 내 집 마련을 머뭇거리고 있다”며 “지난해 4월과 8월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 이후 후속조치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집주인 입장에선 저금리 탓에 전세보증금 운용수익이 줄어들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수요도 높다.

다만 올해 전세가격 상승폭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중소형 주택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봄 가을 이사철 등 수급불안이 커지는 시기엔 수도권 신도시와 공공기관 이전지역 등에서 전세 불안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