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세워지고 있는 연소기 연소시험설비. 한국형 발사체 75t급 엔진의 핵심 부품인 연소기를 개발해 시험하는 곳이다. 폭발 위험이 있어 ‘ㄷ’자 콘크리트 방벽 안에서 시험이 이뤄진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세워지고 있는 연소기 연소시험설비. 한국형 발사체 75t급 엔진의 핵심 부품인 연소기를 개발해 시험하는 곳이다. 폭발 위험이 있어 ‘ㄷ’자 콘크리트 방벽 안에서 시험이 이뤄진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나로호 발사 1년을 맞아 지난 23일 찾은 전남 고흥군의 나로우주센터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남해안이 한눈에 들어오는 외나로도(우주센터가 있는 섬)는 해안을 따라 산이 군데군데 깎여나갔고, 그곳에는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자재를 실은 트럭이 바쁘게 드나들었고, 건물마다 인부들이 각종 설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박태학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장은 “나로우주센터는 단순한 로켓발사장이 아니라 100% 한국 기술로 만들어지는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30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나로호(정식명칭 KSLV-I)는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개발했지만 2017년 첫 시험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KSLV-II)는 머리부터 발끝까지(1·2·3단 엔진) 국내 기술로 만든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기지로 탈바꿈

자동차도 그렇지만 우주 로켓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이다. 나로우주센터에 지어지고 있는 콘크리트 건물들도 대부분 이 엔진을 개발하고 시험하기 위한 시설이다. 박 단장은 “발사체 엔진은 연소기와 터보펌프, 추진공급계로 구성된다”며 “각각을 나눠서 개발한 뒤에 이를 조립해 최종적으로 엔진 시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가장 커다란 건물인 ‘연소기 연소시험설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안내했다. 연소기는 말 그대로 액체연료를 태워 강력한 추진력을 내는 엔진 부품이다. 시험설비 앞쪽이 1m가 넘는 두께의 ‘ㄷ’자 콘크리트 방벽으로 둘러쳐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약 200회의 점화 시험을 하게 되는데 그 중 20~30%는 실패하고 또 실패한 것 중 절반은 큰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며 “이 때문에 시험설비를 보호하기 위해 콘크리트 방벽을 세워 둔 것”이라고 말했다. 연소기 시험설비는 현재 85% 완성된 상태로 오는 6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게 된다.

반대편 언덕에 있는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는 건물은 완성됐고 내부 배관공사가 한창이었다. 터보펌프는 엔진에 연료를 빠르게 공급해주는 장치다. 이곳에서는 점화 과정 없이 오직 연료를 빠르게 엔진에 주입하는 시험만 이뤄진다. 박 단장은 “엔진에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비행 도중에 엔진이 꺼질 수 있다”며 “앞으로 약 150회의 시험을 거치면서 연료 공급의 신뢰성을 높이는 게 과제”라고 했다. 터보펌프 시험설비는 5월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 설비, 엔진 고공연소실 설비, 엔진 지상연소시험 설비 등이 단계적으로 나로우주센터에 들어서게 된다.

◆한국형 발사체, 2017년 첫 시험발사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은 2011년부터 추진됐다. 상업용 통신·관측위성의 발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고, 한국도 우수한 위성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발사 능력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개발사업단은 2015년 7t급 액체엔진, 2017년까지 75t급 액체엔진 개발을 마치고 2017년 말 한국형 발사체의 첫 시험발사를 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한국형 발사체로 달 탐사에 나설 계획까지 갖고 있다. 이를 위해 1조9572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박 단장은 “나로호에는 30t급 엔진이 쓰였지만 한국형 발사체에는 최종적으로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 덕분에 300㎞까지밖에 올라가지 못했던 나로호와 달리 한국형 발사체는 600~800㎞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탑재 중량도 100㎏에서 1500㎏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이는 한국형 발사체가 수요가 많고 고부가가치인 정지궤도 위성까지 쏘아 올릴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한국형 발사체는 무게와 크기가 나로호보다 커지다 보니 발사장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는 “현재 나로호 발사장 옆으로 주차장으로 쓰이는 부지가 있다”며 “이곳에 새로운 발사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흥=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