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린 '여성 CEO 시대'] 女봐라…유리천장 깨고 '알파걸' 몰려온다
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되면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잇달아 선임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뿐만 아니라 검찰·경찰에서도 ‘금녀의 벽’이 무너지고 있는 등 여성의 약진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CEO에 도전할 수 있는 임원 중 여성은 드물어 당장 ‘여성 CEO시대’가 열리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유리천장’ 가장 두꺼워

[문 열린 '여성 CEO 시대'] 女봐라…유리천장 깨고 '알파걸' 몰려온다
은행은 검찰 및 경찰과 더불어 대표적인 보수 성향 조직으로 꼽힌다. 남성들 틈에서 여성이 좀처럼 자리 잡지 못했다. 최근엔 달라졌다. 검찰에서는 지난 19일 조희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고검 차장에 임명되면서 검찰 창설 65년 만에 첫 여성 검사장 기록을 세웠다. 3일에는 이금형 경찰대학장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면서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발령받았다. 마침내 23일에는 권 부행장이 은행 사상 처음으로 행장에 내정돼 ‘여성 시대’를 활짝 열었다.

선두 주자들이 이처럼 도약하고 있지만 임원급에서 여성은 아직 소수다. 금융권이 특히 그렇다.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의 전체 직원 21만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20여명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에선 서영경 부총재보가, 금융감독원에선 오순명 소비자보호처장이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직원 수가 2만2000여명에 이르는 국민은행에서도 여성 임원은 박정림 전무 한 명뿐이다. 우리은행에서도 김옥정 WM사업단 상무가 유일하고 우리금융지주엔 이남희 상무뿐이다.

보험사와 카드사 등 제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 외엔 여성 CEO를 찾기 힘들다. 삼성생명의 남대희·쟈넷 최 상무, 교보생명의 황미영·허금주 상무, 황인정 한화생명 상무 등이 눈에 띌 뿐이다. 카드사에는 여성 CEO가 아예 없다. 삼성카드의 이인재 전무와 이은정 박주혜 상무, 이미영 현대카드 이사, 전경혜 비씨카드 전무 등이 임원으로 있을 뿐이다.

공기업과 공공기관도 여성 임원의 불모지다. 30개 공기업에서 여성 CEO는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유일하다. 기획재정부가 유승희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말 현재 30개 공기업 임원 322명 중 여성 임원은 단 두 명(0.6%)에 그쳤다.

○여성 임원 더 늘어날 듯

앞으로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여성 대통령 시대에 맞게 여성의 발탁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데다 임원을 목전에 둔 직원층도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이달 말과 내년 초 실시될 임원 인사에서 상당수 여성 임원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에서는 김해경 강동지역 본부장, 박순옥 강서지역본부장, 김영두 서대구지역본부장 등이 임원 후보로 거론된다. 하나은행에선 김덕자 남부영업본부장과 천경미 대전중앙영업본부장이 후보에 올라 있다.

여성 인재풀은 앞으로 더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에서 정규직 여성 비중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 1990년대 초·중반 입사한 이들이 현재 부서장급까지 올라와 있어서다. 하나은행은 전체 지점장 543명 중 48명이 여성이다. 신한은행에서는 약 40명의 여성이 본부 부서장 및 지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남성 중심 조직에서 지점장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업무능력이 그만큼 출중하다는 의미”라며 “당장 내년부터 여성 임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신영/김일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