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지난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패션잡화 브랜드 패밀리세일’ 행사장. 이날 행사에는 1만명가량의 고객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한경DB
롯데백화점이 지난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패션잡화 브랜드 패밀리세일’ 행사장. 이날 행사에는 1만명가량의 고객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한경DB
16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추운 날씨에도 고객들로 붐볐다. ‘대형마트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내세우며 1000여가지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THANKS WEEK’ 행사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 안에선 신라면 프링글스 등 일부 품목은 진열대에 갖다 놓기 무섭게 사라졌다. 롯데는 지난 12일부터 1주일 예정으로 열고 있는 이번 행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마케팅 확산

유통업계에 ‘블랙프라이데이’ 열풍이 불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주 금요일을 뜻하는 말로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이 시작되는 날이다. 유통업체들이 이날 높은 매출을 올리면서 흑자로 전환한다고 해서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불황에 빠진 유통업계가 미국을 모방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면서 블랙프라이데이 마케팅이 일반화되고 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16일 ‘블랙 프라이스 세일 2’ 행사를 시작했다. 디지털·가전을 제외한 전 품목에 대해 결제금액의 최대 25%를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개점 기념일인 17일 온라인몰인 롯데닷컴과 엘롯데에서 ‘슈퍼 블랙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의류 잡화 화장품 등 200여개 브랜드의 1200여가지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유통업체들의 블랙프라이데이 마케팅은 파격적인 할인 덕분에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린 ‘패션잡화 패밀리세일’에서 목표치의 3배가 넘는 12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픈마켓 11번가는 13일 ‘11번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열어 1주일 전보다 2배 이상 많은 거래액을 기록했다.

○매출 늘리고 해외 ‘직구’ 대응

끝나지 않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유통업체들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각종 경기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에 그치고 있다”며 “파격적인 할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고 있는 해외 직구에 대응하려는 성격도 있다. 미국 유통업체들의 연말 행사 기간에 대규모 할인 판매를 진행해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를 줄이려는 것이다. 해외쇼핑 대행사인 이베이쇼핑의 지난달 29~30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 11번가의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해외 쇼핑 매출은 작년보다 85% 늘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단기간 진행되는 ‘게릴라성’ 행사라는 점에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는 차이가 있다.

매출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지만 화제가 될 만한 행사를 열어 고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패션잡화 패밀리세일’과 11번가의 ‘11번가 블랙프라이데이’는 하루 동안만 진행됐다. 롯데백화점의 ‘슈퍼 블랙데이’ 행사도 17일 밤 12시부터 다음날 밤 12시까지 24시간 동안 열린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