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인자였던 장성택이 결국 처형됐다. 전격 숙청부터 사형 판결, 집행까지 전 과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김정은 집권 2년 만에 유일 독재체제를 구축해가는 과정이 충격적이고 예측불허다. 북한이 김정은 1인 체제로 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부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토마스 쉐퍼 평양주재 독일대사의 정세 인식을 새삼 주목하게 된다. 김정은이 군부에 떠밀려 장성택을 숙청했으며, 유일체제가 공고해진 게 아니라 오히려 군부 강경파가 득세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한 지난 12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4차 회의를 제의하고 주요 20개국(G20) 대표단의 개성공단 방북(19일)을 수용한 것도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안으로 공포정치로 체제를 단속하면서, 밖으론 대화를 제의하는 이중적 대응은 북의 고민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북한에선 당장 특별한 변화나 움직임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동시에 국지도발이나 4차 핵실험 등 모든 가능성도 열어두고 경계하고 있다. 당연한 대응이다. 장성택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과 이에 따른 내부 단속 차원에서 김정은이 모험주의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부 등 권력핵심부의 이반, 중국의 개입 같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오랜 경제난으로 인해 김정은 체제가 겉보기와 달리 사상누각일 수도 있다. 예상보다 더 빠르고 엄청난 충격이 올 가능성도 있다.

우리 내부의 극단적인 진영 대립과 분열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북한의 체제 급변이라는 변수까지 겹칠 경우 냉정한 판단과 일사불란한 대처가 가능할지 의문을 갖게 한다. 한반도가 중대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