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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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는 농업이나 지역 산업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지방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합니다.”

작지만 강한 ‘강소대학’으로 알려진 경북 포항 한동대의 신임 총장으로 내정된 장순흥 KAIST 석좌교수(사진)는 10일 “지역 발전과 국가 발전을 견인하는 지방 사립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한동대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내년 2월부터 총장 임기를 시작하는 장 내정자는 한국원자력안전전문위원장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통령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핵 전문가다. 올초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위원으로 선임돼 옛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과학 부문을 분리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 진흥기능 등을 합쳐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는 데 앞장섰다.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기여했다. 장 내정자의 아버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 장우주 한미경영원 이사장(육사3기)이다.

○융복합 인재 육성할 것

장 내정자는 “창조경제가 발전하려면 대학 교육이 발전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와 기업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면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책임자로 임명되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지만, 장 내정자는 대학구조조정으로 위기에 직면한 지방 사립대를 살리는 게 창조경제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과 창의력, 혹은 상상력을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창조경제”라며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성장동력 등 거창한 것에서 창조경제를 찾을 게 아니라 농업이나 지역의 작은 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전국 100만개 온실에 적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절감 방안을 찾아내면 농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상품 개발 등과 결합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내정자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는 박사가 아니지만 소비자와 시장이 뭘 원하는지 읽어내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냈다”며 “지방대에서부터 혁신과 창업을 확대하는 ‘풀뿌리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KAIST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지만 한동대는 인문사회계와 이공계가 골고루 있어 융복합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며 “지역 기업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융복합 인재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개발에도 기여

장 내정자는 한동대 등 국내 대학이 국제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와 교육을 결합해 지역 현안과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할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기여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며 “아프리카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통일 한국에 어떻게 대비할지 등을 꾸준히 연구하고 관련 인재를 배출하겠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논문 실적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일부 연구중심 대학에 국한돼야 한다”며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했고 창업을 독려해 일자리를 창출했는지 등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현안으로 떠오른 대학구조조정에 대해 “대학 정원을 줄이고 통폐합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대학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