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학생 기숙사 건립을 추진중인 구의유수지 인근 자양동 한양아파트 주민들이 내건 반대 현수막. 문혜정 기자
서울시가 대학생 기숙사 건립을 추진중인 구의유수지 인근 자양동 한양아파트 주민들이 내건 반대 현수막. 문혜정 기자
서울시가 도심 주차장이나 유수지(빗물저장소) 학교용지 등 소규모 시유지에 공급하기로 한 이른바 ‘자투리땅 임대주택’ 공급이 당초 계획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곳곳에서 주민 반대에 발목이 잡혀 사업 진척에 차질을 빚어서다. 국토교통부가 철도부지 등 국공유지에 공급할 예정인 ‘행복주택’(공공임대주택)이 주민 반대에 가로막혀 시범지구 지정도 못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시유지 임대주택 목표치의 58% 공급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년간 추진해온 시유지를 활용한 임대주택 공급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서울시가 장환진 서울시의원(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까지 시유지를 활용한 임대주택은 모두 1935가구(사업승인 기준)가 공급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1126가구(58.1%)가 확정된 데 그쳤다.

절반에 그친 '서울 시유지 임대주택'
연도별로는 작년 목표치 421가구 중 221가구(52.5%)가, 올해에는 지난달 말 기준 1514가구 중 905가구(59.8%)만 공급됐다. 예산집행에서도 지난해 305억원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실제 집행액은 261억원에 그쳤다. 올해는 책정된 539억원 중 212억원만 쓰였다.

이들 임대주택은 당초 서울시가 2015년까지 공급하겠다고 밝힌 8만가구와는 별도로 짓기로 한 2만가구에 포함된다.

서울시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서울시내 112곳의 뉴타운·재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여기서 나올 예정이던 임대주택 6123가구도 확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주민 인식 개선과 인센티브로 풀어야

시유지를 활용한 1~2인용 임대주택 공급지역 가운데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구의동 626의 1 일대다. 서울시는 구의유수지를 활용해 대학생기숙사(700가구)를 지을 예정이지만 건너편 아파트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외에 창동역 인근 청소차 차고지와 창동시립운동장에 세울 예정이던 장기전세주택(시프트)도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신정동 일대에 들어설 임대주택은 인근 교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주변에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지고 슬럼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조·조망권 침해도 반대 이유로 꼽는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요즘에는 도심에 공공주택이 들어서기 때문에 지역주민과의 마찰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임대주택이 들어설 지역에 문화·복지시설 건설 등 지역친화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 의원도 “국내의 경우 선진국과 달리 임대주택을 아직도 ‘기피시설’쯤으로 인식하는 주민들이 많아서 공공주거 인프라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임대주택의 품질과 관리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