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여 영원히’란 광고로 유명한 회사 드비어스는 1950년대에 이르러 고민에 빠졌다. 다이아몬드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캐낸 다이아몬드의 90%를 사기로 했는데, 정작 물건을 받아 보니 결혼반지용으로 쓰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난관에 봉착한 드비어스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0.25캐럿 이하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반지 전체에 알알이 박힌 ‘이터너티 링’을 만들어낸 것. ‘반지에 박힌 작은 다이아몬드는 부부가 함께 살아온 날을 의미한다’며 결혼기념일에 주고 받기 좋은 반지로 포장해 시장에 내놓았고, 이 반지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책마을] 너무 작은 다이아…그래도 반지가 불티나게 팔린 이유는
《아웃런》은 디자인적 경영 전략을 통해 브랜드 혁신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파슨스디자인스쿨의 전략디자인 경영학과 종신교수인 저자는 “미래 사회의 경쟁은 ‘브랜드가 혁신적 경험과 의미로 시장을 창조하고 이끌어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혁신이란 전보다 더 나은 물건, 방법, 기술, 아이디어로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사회에 의미 있고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혁신을 위해선 기술개발 만큼이나 ‘경험의 의미’를 창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라도 지금과는 급진적으로 다른 경험을 상품에 접목시켰을 때 소비자들은 혁신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2006년 출시된 나이키플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전까지 러닝은 홀로 하는 외로운 스포츠였다. 나이키는 신발 깔창 밑에 아이팟 나노 모델과 무선 연동이 되는 수신기를 넣어 뛰는 동안 개인 트레이너가 코치하듯 음성으로 기록을 알려주고 응원을 보내도록 했다. 혼자 달리면서도 혼자 뛰지 않는 경험을 러닝화에 도입한 것. 나이키플러스닷컴은 지난해 기준 약 7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거대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기존 관념을 뒤엎는 것도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트렌치코트와 1920년에 디자인한 버버리체크로 탄탄한 입지를 세웠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와 힘든 상황을 맞게 된다. 영국의 하류 청소년문화인 ‘채브’가 버버리를 마치 교복처럼 입게 된 것. 버버리는 기존의 명품 브랜드가 했던 ‘명품 로고를 제품 밖에 드러내 보이는 방법’을 버리고 체크를 제품 안감으로 사용하는 혁신을 도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가다듬었다.

양적 데이터로 혁신의 밑그림을 그리지 말 것, 소비자의 상처를 어루만질 것, 환경과 혁신으로 소비자를 리드하는 방법도 혁신을 이끄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