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6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뿐 아니라 2030 젊은층도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난을 겪는 2030 세대들이 구직 대신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성공한 2030 프랜차이즈 대표들로부터 창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2030 프랜차이즈 CEO] 30년 전통 '정도너츠' 황보준 대표 성공비결…"경험하고 또 경험하라"
30년 된 '낡은' 분식집, 도넛 맛 보려 서울서 관광객들 내려와
100% 지역찹쌀 원료에 생강 등 버무린 토핑이 경쟁력…2007년부터 프랜차이즈

경북 영주에 가면 부석사(浮石寺) 만큼 지역민들에게 유명한 곳이 있다. 부석사가 있는 봉황산을 내려와 풍기읍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30년도 더 된 분식집이 바로 그곳. 이 허름한 분식집의 주요 메뉴 중 하나는 도넛이다. 이 도넛을 먹기 위해 서울서부터 관광객들이 줄을 잇자 황보준 대표(39·사진)는 급기야 2007년 이곳을 도넛 전문점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전국 36개 프랜차이즈 매장을 갖고 있는 '정도너츠'의 탄생이다.

"부모님께서 30년간 이곳에서 분식집을 하셨어요. 특별한 메뉴를 파는 것도 유달리 값이 싼 것도 아니었지만 후한 인심 덕에 지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분식집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미술을 공부하다 군대를 다녀온 후인 1999년부터 자연스럽게 가업(家業)을 이었어요."

황보 대표가 분식집을 맡고 보니 도넛을 제외하곤 매출에 마이너스가 되는 메뉴들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됐다. 부모님께서 주방에 있는 동안은 수익과는 상관없이 '정(情)'으로 장사를 하셨기 때문. 파는 양에 비해 벌어들이는 이익이 거의 없었다는 게 황보 대표의 설명이다.

"메뉴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선 이미 도넛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대표 메뉴를 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방송에 도넛이 소개된 후 서울 충청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고객들이 줄을 이었어요. 동시에 같이 사업을 해보자는 문의도 꾸준히 들어왔고요."

황보 대표가 사업을 맡은 지 8년이 되던 2007년 정도너츠는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가맹사업을 시작하면 원래의 맛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부모님과 다투기를 여러 번 황 대표는 기어코 가맹사업의 허락을 받아냈다.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면서 생강 도넛 밖에 없던 메뉴를 4가지로 늘렸어요. 6개월 후엔 8개, 1년이 지나자 10개 이상의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도넛의 맛만큼은 고객과의 약속 이전에 부모님과의 약속이에요. 가맹점 수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는 이유도 도넛을 정성스럽게 만들어줄 수 있는 점주들을 찾기 때문입니다."

'정도넛츠'가 일반 도넛과 다른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씨'가 다른 100% 지역 찹쌀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정도너츠는 연간 계약을 통해 도넛의 원료가 되는 찹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둘째는 토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 도넛은 열이 가해지면 질퍽해지고 죽처럼 모양이 변해 토핑이 불가능하지만 숙성을 덜 시키는 특유의 노하우로 질감과 식감을 모두 살려냈다.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선 밀가루 함량을 높여야 하고, 맛을 좋게 내기 위해선 찹쌀 함량을 늘려야 하는 것이 도넛의 딜레마죠. 정도너츠만이 갖고 있는 기술로 찹쌀의 함량을 높이면서 토핑이 가능하게 모양도 유지하는 것이 저희의 경쟁력입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에서 몇 번이나 유사 제품을 냈지만 다 실패했어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한 뒤 6시30분 출근을 해 도넛을 연구하기 시작한다는 황보 대표는 2030 예비창업인들에게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조언했다.

"전쟁에 나갈 때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평소에 총 쏘는 훈련이 안 돼 있으면 무용지물이잖아요.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를 정했으면 그것과 관련된 제일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