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던진 630억에 코스닥은 '피멍'
코스닥지수가 11일 2% 이상 급락하며 500선으로 밀려났다. 기관이 63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내면서 코스닥시장이 휘청거렸다. 증권업계에서는 마땅한 주도주가 없었던 코스닥시장이 기관 매물 충격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고, 코스피지수 2000 하회의 충격이 코스닥시장에까지 퍼졌다고 보고 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CJ E&M이 장중 한때 하한가를 치며 코스닥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에도 충격을 줬다.

◆500선으로 주저앉은 코스닥지수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8%(12.80포인트) 급락한 502.94로 장을 마감했다. 하락폭으로는 올 들어 여섯 번째로 컸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올 시작점(1월2일·501.61)에 근접하게 미끄러지며 원위치 위기에 몰렸다.

기관이 한 달 만에 최다 매물(-632억원)을 쏟아냈다. 코스닥시장에서 기관 하루 순매도가 600억원을 넘었던 건 지난달 17일(622억원) 이후 처음이다. 자산운용에서 206억원 순매도가 나왔다. 여기에 외국인(-164억원)까지 기관과 함께 쌍끌이 매도에 나서면서 수급 공백이 발생한 게 큰 타격이었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서는 CJ E&M이 장중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가 저가 매수가 소폭 들어오며 전날보다 13.86% 급락한 3만1700원에 마감했다. CJ E&M은 CJ게임즈를 분리하고 넷마블 등 게임사업부를 양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았다.

커지는 게임산업 규제 논란도 코스닥시장 모바일게임주에 영향을 미쳐 게임빌이 4.88%, 컴투스가 4.64% 떨어지며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조이맥스는 3.9%, 액토즈소프트는 1.79% 떨어졌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CJ E&M은 내수주를 대표하며 코스닥시장을 이끌었던 대형 종목인데, 하한가를 찍으면서 전체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기관, 코스닥시장에 실망했나

전문가들은 이날 기관의 매도는 ‘유가증권시장이 쉴 때 코스닥시장이 간다’는 시장의 통념이 뒷받침될 근거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낸 우량주가 많지 않고, 올 상반기의 정보기술(IT) 부품주처럼 주도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거란 실망에 기관이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이날 CJ E&M(-395억원) 서울반도체(-125억원) 파라다이스(-27억원) CJ오쇼핑(-11억원)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기관의 순매도가 집중됐다. 기관 순매도로 대형주 중 파라다이스(-3.31%) 서울반도체(-2.81%)도 하락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에 자금이 유입됐던 중소형주 펀드에서 계기가 생길 때마다 환매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형주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일부 손절매가 발생했고, 우량 종목도 지금 차익실현을 해야겠다는 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관 매도 규모에 비해 시장이 받은 충격이 지나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기관 매도가 시장에 부담을 줄 정도로 강하지 않았는데도 급락한 이유는 받쳐줄 만한 다른 수급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현재 동양증권 스몰캡팀장은 “현재 코스닥시장에는 올 상반기처럼 스마트폰 부품주, 헬스케어주 같은 명확한 기대주가 없다”며 “올 연말까지는 코스닥시장이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 팀장은 “유가증권시장 조정으로 코스닥시장이 선전할 거란 기대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지난주까지 버티던 코스닥지수가 이날 그간 코스피지수 하락 여파를 받은 것”이라며 “4분기가 성수기인 헬스케어주가 좋은 실적을 내거나, 삼성전자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 부품주들이 움직일 때까지는 코스닥지수가 크게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고운/황정수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