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이 똑똑하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1901년 노벨상이 생긴 이래 경제학상 수상자의 42%가 유대인이다. 올해에도 6명이 노벨상을 받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다. 유대인이 오래 장악해온 경제·금융 분야는 물론 패션, 영화, 정보기술(IT) 등 창조산업 분야에도 유대인 창업자들이 수두룩하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퀼컴의 어윈 제이콥스, 블룸버그의 마이클 블룸버그가 모두 유대인이다. 유대인 없이는 IT의 역사를 쓸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그들이 단지 똑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라는 점. 노벨상은 평화상을 빼면 여러 학문 분야에서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낸 학자에게 주어진다. 각 산업 분야의 창업자 역시 창의성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창조경제를 화두로 내건 새 정부가 그 원천 모델로 이스라엘을 주목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책마을] 노벨상 단골 유대인, '유니크' 강조하는 밥상머리 토론이 비결
유대인은 어떻게 이토록 창의적인 걸까. 32년 동안 KOTRA에서 일하며 세계 각지의 유대인을 눈겨여본 홍익희 씨가 쓴 《유대인 창의성의 비밀》과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 출신인 육동인 커리어케어 대표가 《누구나 인재다》는 이런 의문에 답을 제시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책이 이야기하는 바는 거의 비슷하다.

두 책이 공통으로 꼽는 창의성의 비결은 유대인의 가정교육이다. 유대인이란 엄밀히 말해 민족이 아니라 유대교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다. 유대교의 두 기둥은 배움과 가정이다. 신이 엿새 동안 세상을 창조하고 일곱째 날엔 쉬었다고 하는 성서의 기록을 유대인들은 신이 자신의 창조활동에 파트너가 될 기회를 인간에게 준 것이라고 해석한다.

유대교의 ‘티쿤 올람’ 사상에 따르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 가 아니라 ‘개선해서 완성해야 할’ 대상이다. 따라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신의 창조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다. 이를 위해 유대인들은 평생 끊임없이 공부한다.

[책마을] 노벨상 단골 유대인, '유니크' 강조하는 밥상머리 토론이 비결
이런 유대인에게 가장 큰 배움의 터전은 집이다. 태어나서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토라’와 ‘탈무드’를 배우고 또 배운다. 독서량도 엄청나다.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도 철저하다. 매일 아침과 저녁을 같이 하면서 유대교의 가르침을 전수한다.

유대인 자녀교육의 핵심은 대화와 토론이다. 이들은 자녀를 13세 성인식까지 하느님이 맡긴 선물이라 여기기 때문에 아이를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한다. 따라서 가르침이 일방적이지 않고 대화가 많고, 독서와 토론문화가 생활화돼 있다. 학교에서 학습장애아로 판정받은 호기심쟁이 에디슨을 발명왕으로 키우고, 네 살이 되도록 말도 못해 저능아 취급을 받은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이끌어낸 사람은 바로 그들의 부모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교육철학이 바로 ‘베스트’가 아니라 ‘유니크’를 지향한다는 것. “베스트(best)는 단 한 명뿐이지만 유니크(unique)는 모든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육 대표의 책 제목이 ‘누구나 인재다’인 것은 이런 까닭이다.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아이의 개성과 재능에 주목하기에 마크 저커버그나 래리 페이지 같은 20대 청년 유대인 창업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창조경제를 당장 실현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저자 홍씨는 “창의적 인간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지만 창의적 사회는 다양한 융합과 통섭을 통해 당장에라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