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운' 시아주버니에 긴급자금 요청…최은영의 한진해운, 계열분리 멀어지나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외견상으로는 이상할 게 없다. 그룹 계열사 간 지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한진해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측이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 측을 견제하는 지배구조다. 최 회장 측이 원하는 계열 분리를 조 회장 측이 막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한진해운이 대한항공 지원을 받기로 한 것은 그만큼 자금 사정이 다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껄끄러운’ 지원 받아들인 한진해운

'껄끄러운' 시아주버니에 긴급자금 요청…최은영의 한진해운, 계열분리 멀어지나
조 회장과 최 회장은 제수와 시아주버니 관계다. 2006년 암으로 작고한 최 회장의 남편 조수호 회장이 조 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이후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이긴 하지만, 조 회장이 아닌 최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왔다. 이런 한진해운 입장에서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은 피하고 싶은 카드였다. 그러나 몇 달째 추진 중인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이 지연되자 급한 불을 끄면서 은행권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진해운은 해운경기 악화로 2010년부터 3년 연속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총차입금은 2010년 5조5812억원이던 것이 지난 6월 말 9조502억원으로 불어났다. 당장 올 11월 1150억원, 12월 850억원 등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이 만기 도래한다. 내년에도 3월에 CP 1800억원, 6월 CP 600억원, 9월 회사채 1500억원 등 3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한진해운은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보증을 서줄 금융회사를 찾지 못했다. 금융회사들은 “한진그룹에서 먼저 성의를 보일 것”을 요구해 대한항공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에서 빌리기로 한 자금 1500억원과 컨테이너 터미널 등의 자산 유동화로 올해 말까지 2000억원을 갚은 뒤 영구채 발행 등으로 내년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 외에도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은행 대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지분 담보잡고 지원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가진 한진해운 지분 36.56% 가운데 절반가량인 15.36%를 담보로 잡고 1500억원을 대여하기로 했다. 지분 담보를 갖게 된 만큼 한진해운홀딩스에 대한 대한항공의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구조는 최 회장 측이 양현재단 보유분 등을 합해 26.49%, 조 회장 측이 대한항공 보유지분 등을 포함해 27.45%를 갖고 있다. 엇비슷한 지분율이지만 최 회장 측은 프라임밸류(10.93%), 힐스타에셋(9.23%) 등의 우호 세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조 회장 측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계열 분리는 불가능한 구조다.

여기다 대한항공이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가면서 변수가 생겼다. 대한항공은 보유 중인 한진해운홀딩스 지분(16.71%)을 2년 안에 지주사인 한진칼로 넘길 수밖에 없다. 이후 조 회장 측은 한진칼이 공정거래위원회 지주회사 관련 규정에 따라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매각할지, 아니면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높여 자회사로 둘지를 결정해야 한다. 한진그룹 측은 “아직 처리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번 지원을 감안할 때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 유력해 졌다고 보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계열 분리는 장기적인 추진 과제였고, 당장 가장 급한 것은 차입금 상환”이라고 말했다.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